최종 업데이트 22.01.04 12:08

'수소법' 통과돼도 산 넘어 산…"정부, EU처럼 원전수소 개발해야"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오는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상정되는 '수소법 개정안'의 관심은 청정수소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 여부다. 청정수소는 수소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수소로 정의되는데, 이번 소위에서 보다 넓게 해석하기로 여야가 의견 접근을 본 것이다.
하지만 수소법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더라도 갈 길은 멀다. 현재 정부는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법이 반쪽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해외 각국이 원전 기반 수소 생산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소법 개정안 소위 문턱 통과에 발맞춰 정부가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비롯한 원전 기반의 수소 생산기술 개발에 정책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핑크·옐로·퍼플 등 원전수소에 '색깔' 덧칠=4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는 수소 생산시 값싼 원전을 활용하는 방안은 제외하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거나 발생한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내용만 담겼다.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완벽한 청정수소를 만들려면 물을 전기분해한 뒤 수소를 얻어야 하는데 어느 전원까지 인정할지가 관건이다.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는 원전 기반으로 생산한 수소도 청정수소로 인정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연장선 상에서 원전 기반의 수소 생산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원전 기반 수소에 '색깔'을 덧칠해 깨끗하지 않은 수소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산자위 법안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말 소위에서 원전 기반 수소를 '핑크수소'라고 꼬집었다. 그는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게 "핑크수소를 아냐"며 "원전 전기로 수소를 만드는 경우, 핵폐기물과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 그 전기로 수소를 만들면 그건 깨끗한 수소냐"고 물었다. 양 의원은 앞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깨끗한 수소는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결과적으로 원전 기반의 수소는 청정수소가 아니라고 지적한 것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무탄소 전원인 원전을 기반으로 한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수소"라며 "국내에선 원전에 핑크수소, 퍼플수소, 옐로수소 등 갖은 색깔을 갖다 붙이며 원전 기반 수소를 깨끗하지 않은 수소로 폄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 기반 수소 생산기술 개발해야=청정수소 인증제도 등을 골자로 수소경제 이행을 가속화 할 수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의 수소 생산만 고집하고 있는 현재 정부 정책에 따르면 수소 생산비용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전력기술이 지난달 31일 발표한'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 수소 균등화 비용 전망 소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50년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주요 28개국 중 한국이 ㎏당 1.49달러로 가장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생산비용이 가장 낮은 브라질은 ㎏당 0.55달러로 한국과 비교해 3분의1 수준이었다. 한국,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당 1달러 이하였다. 2030년 기준으로도 분석 대상 28개국 중 26개국이 그린수소를 ㎏당 2달러 미만에 생산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생산단가가 여전히 2달러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생에너지 단가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그린수소 생산비용에서는 재생에너지 단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브라질은 2050년 풍력발전단가가 MWh당 13달러인 반면 한국은 태양광 발전단가가 31달러로 두 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정부는 2050년 수소 자급률 목표를 60%로 세우고, 3분의2를 해외 생산한다는 방침인데 이 역시 수소는 생산 못지 않게 저장·운송비용이 높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란 지적이다.
◆해외는 원전 기반 수소 생산 확대=해외에서는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제도적으로도 이를 청정수소로 인정하고 있다.
EU는 100% 원전으로 생산한 수소를 청정수소로 인증하고 있다. 녹색금융 분류체계로 자금조달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그린 택소노미'에도 최근 원전을 포함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현재 기술 수준과 경제성을 감안해 청정수소 범위를 설정하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원전 기반 수소 생산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산하 국가연구기관과 상용원전에 GW급 수소생산시설 구축을 목표로 수전해 기술을 개발 중이다. 프랑스도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영국 시즈웰 원전에 2㎿급 수전해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전기술은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나라와는 달리 한국과 일본은 2050년 이후에도 재생에너지 기반의 수소 생산비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높게 나타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발전원가가 낮은 원전을 수소 생산에 적극 활용해야 하며 특히 분산형 전원으로 안전성,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SMR를 활용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