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 경기도 성남시의 한 오피스텔 신축공사장 지상 4층. 작업을 하던 근로자 A씨는 '고용노동부'라 적힌 헬멧을 쓴 10여 명의 근로감독관이 예고 없이 현장을 찾아오자 경계심을 드러냈다. A씨 근처의 몇몇 근로자들은 안전모도 쓰지 않았다. 공사장의 현장소장은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한 달 앞에 둔 건설 현장은 어수선했다. 정부가 배포한 해설서, 자율점검표 항목을 일일이 다 외운 근로자는 많지 않았다. A씨의 사업장이 받은 점검은 12번째 '현장 점검의 날' 일제 점검이었다. 고용부가 격주에 한 번씩 전국에서 1800여 명을 동원해 사업장을 비공개로 선정한 뒤 현장에 급습해 추락·끼임 예방조치, 근로자 안전보호구 착용 여부를 살펴보는 시간이다. 이날은 중대재해법 시행 전 마지막 현장 점검의 날 일제 점검인 만큼 안경덕 장관이 직접 챙겼다.
고강도 불시 점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산재 사망사고자는 크게 줄지 않았다. 출범 초 연 1000명에 가까운 산재 사망사고자를 500명 미만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8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용부가 발표한 연도별 산재사망사고자 수는 2016년 969명, 2017년 964명, 2018년 971명, 2019년 855명, 2020년 882명이다. 올해 1~11월 공식 기록은 790명이고, 연간 기준으로는 800명대 초반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는 정부 목표대로 산재 사망사고자를 대폭 줄이려면 근본적으로 현장의 위험 요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중대재해법 시행 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용부에 따르면 7월14일부터 8일까지 시행된 11차례 현장 점검의 날 일시 점검 결과 사업장 2만4033개소 중 1만5393개소(64.1%)에서 위험 요인이 지적됐다. 7월9일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이 입법예고되고 13일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출범된 직후 전국에서 대대적인 일제 점검을 했지만 사업장 세 곳 중 두 곳 꼴로 위험요인이 노출된 것이다.
점검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 B씨는 "현장이 느끼기엔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이전에도 불시 일제 점검 등 감독 수준은 높아져왔고,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안전 책임자 수급 문제를 겪어 왔다"며 "법이 시행되면 원청 경영진의 압박으로 안전 책임자들의 부담은 부담대로 커지고 공사 기한을 맞춰야 하는 산업 특성은 유지돼 현장의 위험 요인을 크게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남=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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