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대외채무보증’을 두고 불거진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이의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다. 무보 노조가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감사원 국민감사 청구와 형사고발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은 노조도 맞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 부처 간 합의가 다 끝난 사안에 대해 무보 노조가 갑작스러운 ‘몽니’를 부리는 것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현호 수은 노조위원장은 27일 "무보가 감사원 국민청구에 이어 수은 직원에 대해 형사고발에 나설 경우 (수은도) 법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채무보증은 국내 물품을 수입하는 외국인이 구매대금을 국내외 금융기관서 대출받을 때 채무를 보증해주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1992년 수은에서 독립한 무보가 사실상 전담해왔다. 수은법 시행령에 따르면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총액은 무보의 연간 보험인수 금액의 35%를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두 기관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것은 지난 13일 대외경제장관회의 이후다. 기획재정부가 수은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외채무보증 총액제한 비율을 35%에서 50%로 상향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것에 무보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기재부는 안건 통과의 근거로 수은 시행령 제약으로 해외수주가 무산된 사례가 최소 4건 이상, 121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무보 노조는 "언급된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서가 거짓으로 작성됐다"며 "이를 작성한 수은 직원에 대해 감사청구 및 형사고발에 나서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무보 노조는 지난 22일 수은 감사실에 직원 감사를 청구한 데 이어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감사원 국민감사 청구와 형사고발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은 직원들이 허위로 작성한 정보로 자신들의 고유 업무가 침해됐다는 것이 무보 노조의 입장이다.
그간 무대응 전략을 고수했던 수은 노조도 반격을 예고했다. 무보 노조의 언론플레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들의 실명이 거론되고, 대외비인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논의된 해외수주 무산 기업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 위원장은 "그간 정부 부처 간 합의된 내용을 두고 산하 기관이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면서도 "다만 잘못된 사실을 크게 부풀려 호도하고 이를 근거로 직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형사고발하겠다고 하니 수은 노조도 이에 맞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은 노조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서도 "수은법 등을 통해 규제되는 대외채무보증 지원한도 및 요건 제약으로 우리 기업의 금융수요에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엄혹한 현실이다"며 "무보와 무보 노조는 기업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는 수은 노력에 대해 업무영역 침해로 평가 절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결국 기관 이기주의 및 보호주의로 국민경제를 망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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