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2.27 10:59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 폭탄…애꿎은 서민만 부담 늘어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올해 70세인 아버지를 부양하는 정성경씨(43·가명)는 내년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른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걱정이 앞섰다. 보험사로부터 부친이 예전에 가입해둔 실손보험 보험료가 이번에 7만원 가량 인상된다는 통보를 받아서다. 정 씨가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도 13만원까지 올랐다.
정 씨는 이번 기회에 수십만원의 보험료를 내면서 기존 실손을 유지하는 게 좋을 지, 저렴한 상품으로 갈아탈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는 “아버지가 병원에 가는 일이 잦아져 실손보험이 꼭 필요한 데 주변에서는 예전 실손보험이 좋다며 계속 유지하라고 권유한다”면서 “하지만 매번 오르는 보험료가 너무 부담스러워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내년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10% 안팎으로 인상된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인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면서 경제적 부담을 더 키우고 있는 현실이다.
시장에서는 백내장이나 갑상선 수술 등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소수 가입자의 과도한 의료쇼핑을 놔두고 애꿎은 서민한테 피해를 전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에 실손보험 인상률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보험료 인상폭은 올해(평균 10~12%)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 될 것이란 얘기다.
10%대 인상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5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손보험 갱신 주기가 3~5년으로 도래하는 가입자들은 ‘폭탄’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3~5년치 인상률이 한 번에 반영되는 데다 연령 증가에 따른 요율 상승도 더해지기 때문이다.




고령층은 연령 증가에 따른 인상분이 연간 5%포인트가 넘는 것으로 추정돼 인상 폭은 더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번도 오르지 않았던 3세대 실손보험도 연령에 따른 인상분만 적용됐지만 내년 처음으로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은 김진규씨(46)는 "실손보험료 4만원을 납부하다 올해 갱신했는데 16만원대까지 나와서 깜짝 놀랐다"면서 "7월에 새로운 실손으로 전환하려고 알아봤지만 설계사들도 만류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설계사들도 보험료 부담이 적은 상품으로 전환을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보험을 바꾸라고 했다가 나중에 자칫 원망을 살 수 있어서다.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료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에게 갈아타기를 권유하지만 실제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일부 보장만 감액하는 정도로 상담을 해야 고객에게 더 유리한 방법으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를 인상해도 수조원의 적자는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손보험 위험손해율(131%)은 3년 전(122.4%)보다 9%포인트가량 올랐다. 업계가 추산하는 올해 손해액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보험연구원은 내년 실손 보험료를 13% 인상해도 적자가 3조900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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