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2.25 11:19

'제2 하이디스' 차단…앞으로 '핵심기술' 기업, 해외 매각 어려워진다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정부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지분을 해외에 매각할 때 인수합병(M&A) 허가 심사 기준을 보다 강화한다. 외국인의 우회투자로 인한 핵심기술 해외 유출도 차단한다. 정부가 직접 핵심인력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관리하고 국가핵심기술 지정 확대와 함께 기술 유출시 처벌 기준 강화 또한 추진한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부처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하 우리기술 보호전략'을 수립했다.
불발되긴 했지만 우리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에 대한 중국 자본의 인수 시도 등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 우리 핵심기술 및 인력을 보다 강력히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2002년 중국 BOE가 SK하이닉스의 액정표시장치(LCD) 전신인 하이디스를 인수, 기술과 노하우를 빨아들여 전 세계 LCD 1위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기술안보를 강화해 '제2 하이디스' 사태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이다.
우선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외국인에게 지분을 매각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정부의 개입 기준이 현행 주식·지분 매각 '50%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강화된다. 외국인이 해당 기업의 지분을 30% 이상 매입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정부가 직접 M&A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외 M&A 심사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또한 기존에는 외국인이 50% 미만의 지분을 매입하더라도 인수 후 최대주주가 돼 임원 선임,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 정부가 M&A 심사에 나섰다. 그러나 앞으로는 매입 지분이 적어 최대주주가 되지 않더라도 인수 주체가 임원선임, 조직변경, 신규사업투자 등 업무 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정부가 M&A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제대상에 포함했다.
정부의 M&A 규제를 받는 외국인의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중국적자, 외국인의 사모펀드(PEF), 외국인이 지배하는 국내 법인인 경우에도 외국인으로 봐 외국인의 우회투자로 인한 규제 공백을 방지한다. 지금은 해외에 지분을 매각하는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만 정부에 M&A를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는 인수 주체인 외국인도 정부에 M&A 승인 신청을 하도록 신고 의무를 부과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의 지분을 취득하지 않더라도 그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모회사의 주식·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등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보다 다양한 M&A를 규제 대상에 편입하는 등 해외 M&A 심사 제도의 실효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인력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핵심인력 관리 풀도 운영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3년까지 인력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가 직접 해당 인력의 출입국 정보 모니터링 및 이직관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개인정보 제공동의를 받은 이직제한 필요 인력에 대해 우선 시행하고, 향후 법제화를 통해 관리인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핵심인력의 장기재직을 유도하기 위해 대기업과 정부가 각각 7대3의 비율로 펀드를 구성해 인센티브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가핵심기술을 현재 12개 분야, 73개 지정에서 대폭 확대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소부장 등 주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추가로 지정해 해외 유출을 제한한다. 이미 보호가치가 떨어진 기술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해제하는 '기술일몰제'를 도입해 기술수출 활성화 및 첨단기술 재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한다.
산업기술 유출에 대한 법원 양형기준 신설도 추진한다. 현재 대법원 양형기준위원회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시 3년이상 유기징역과 함꼐 15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산업기술유출 침해행위 부문을 신설하고 양형기준 강화를 2023년 하반기 양형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기술 후발국들이 해외 M&A, 인력탈취, 사이버해킹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 탈취를 시도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술보호 환경 변화에 대응해 핵심기술, 인력의 해외유출을 방지할 수 있도록 범부처가 총력을 기울여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