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서울시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역세권 청년주택'이 높은 임대료로 청년들의 주거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지가 좋은 만큼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월세가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청년을 위한 복지정책으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잃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논란이 계속되자 뒤늦게 임대료 부담을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급된 일부 역세권 청년주택은 높은 임대료 탓에 청년들의 외면을 받으며 수개월이 지나도록 미계약 물량을 모두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민간사업자가 서울시로부터 규제완화 등의 지원을 받아 역세권에 임대주택(공공·민간)을 지은 뒤 청년에게 우선 공급하는 정책이다.
서울시가 민간에서 매입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유형은 임대료가 주변시세의 30% 이하여서 매우 저렴하지만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반면 사실상 단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임대주택 유형은 임대료가 주변 오피스텔 시세의 95%에 달해 도입 초기부터 '고(高) 임대료' 논란이 일었다.
지난 4월 정당계약을 진행한 마포구 서교동 효성해링턴타워는 5월부터 잔여세대에 대해 선착순 임차인 모집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20여가구가 남아있다. 임차인을 빨리 찾지 못하는 이유는 높은 임대료 탓이다. 이 단지 37㎡(이하 전용면적·1.5룸)는 보증금에 따라 월세가 67만~109만원으로 나뉜다. 임차인은 보통 보증금 9170만원에 월세 85만원을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 직장인이 월세가 가장 낮은 '보증금 1억3760만원에 월세 67만원' 유형을 선택할 경우 서울시에서 약 4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리고,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최대 7700만원을 1%대 저금리로 추가 조달한다고 해도 매달 대출이자와 관리비, 월세를 합쳐 최소 84만원을 내야 한다. 혜택이 없는 대기업 직장인이나 대학생은 부담이 이보다 더 커진다.
마포구 서교동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효성해링턴타워 잔여세대의 임대료를 알아보러 갔다가 최소 임대료가 67만원이란 말을 듣고 마음을 접었다"며 "현재 살고 있는 원룸이 월세와 관리비를 합쳐 매달 51만원 정도인데 아무리 위치가 좋아도 200만원대 월급을 고려하면 무리"라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입주자격을 완화해 미계약분에 대한 선착순 임차인 모집을 시작한 서울 서대문구 '어바니엘 충정로' 역시 5개월이 지나도록 입주자 모집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 청년주택의 경우 올해 초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필수가전을 추가비용을 받고 렌탈하는 방식을 도입해 논란을 빚은바 있다. 현재는 서울시의 지적에 따라 모두 필수옵션으로 바꿨지만 관리비 포함 최소 71만~81만원에 달하는 높은 월세가 청년들에게 부담이다.
서울시는 청년주택이 들어서는 역세권은 인근 땅보다 3~5배 정도 비싼데다, 민간사업자들의 이익도 어느정도 보장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높은 임대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료는 한국감정원이 준공일로부터 보통 2년 전 조사한 주변시세를 기준으로 정한다"며 "2년 전 기준이기 때문에 현재와 비교하면 더 낮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가 임대료를 정할 때 청년들의 부담능력보다는 주변 오피스텔 시세를 기준으로 상한선을 정하다보니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월 80만원을 월세로 내면 저축은 어떻게 하느냐", "청년을 위한 정책이 맞는지 궁금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고려해 청년들의 임대료 부담을 더 낮추는 정책을 확정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시에서 보증금의 50%까지 지원해주고 있지만 비싼 임대료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이를 상향조정할 방침"이라며 "민간건설사의 수익성과 시의 재정상태를 점검한 뒤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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