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2.23 11:43

한은 "금리 인상땐 부동산 매각속출…집값 하락할 수도"(종합)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장세희 기자, 류태민 기자]한국은행이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향후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물자산 매각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고 주택가격이 조정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시장 곳곳에서는 이미 가격 하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韓, 총자산 내 부동산 비중 64%= 한은이 소득보다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경고한 것은 부동산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2021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자산 대비 실물자산 비중은 64%로 미국(29%), 일본(38%) 등 주요국보다 높다. 우리나라 고위험 가구 수 역시 2018년 30만 가구에서 지난해 말 40만 가구로 급증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보면, 향후 집값 조정 국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은 그만큼 커진다.
한은은 "우리나라 가계의 높은 실물자산 보유 비중, 고위험가구의 증가 등을 감안할 때 가계의 실질소득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며 "실물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주택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부동산 가격 고점에 이어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 경제주체들의 충격이 그만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국내 주택금융은 1667조1000억원, 명목GDP 대비 82.5%로 2019년 말(72.8%)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시장 곳곳서 가격 하락 조짐=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 우려는 이미 시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 금리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매수세가 위축되고 곳곳에서 가격 하락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돈줄을 죄면서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매수세 실종→거래 절벽-→매물 누적→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대출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몰린 서울·경기 외곽지역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 뚜렷하다. 실제 국토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매매거래량은 3만7225건에서 3만1982건으로 14.1%, 서울은 9584건에서 8147건으로 15.0% 줄었다.
매수세가 식으면서 경기·인천 지역의 패닉바잉을 이끌었던 2030 연령층의 아파트 매수 비중도 뚝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20~30대의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매입 비중은 35.6%로, 전월 39.3%에 비해 3.7%포인트 감소했다.
실수요자들의 매수 행진이 멈추면서 거래 침체는 물론 매물 쌓임 현상만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내 아파트 매물은 8만5178개로 세 달 전인 5만8044개 대비 2만7134개(46.7%) 늘었다. 같은 기간 인천의 아파트 매물도 1만1051개에서 1만7569개로 6518개(58.9%) 많아졌다.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떨어진 하락거래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연수구 송도동 ‘송도풍림아이원 6단지’ 189㎡(전용면적)는 지난달 12일 14억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지난 8월 최고가를 기록했던 16억원과 비교하면 3달 새 2억원이 떨어진 셈이다. 인근에 위치한 ‘송도더샵센트럴시티’ 59.9㎡ 평형도 지난 1일 7억5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직전 최고가(9월)인 8억2000만원보다 7000만원 하락했다. 화성 동탄역센트럴예미지 96㎡는 지난 10일 10억원에 손바뀜됐다. 이는 지난 10월 최고가인 11억7000만원보다 1억70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현재처럼 집값 급등 현상이 지속된다면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은 오른 집값으로 상쇄되겠지만 만약 한국은행의 경고처럼 주택가격 조정이 현실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서 자산 붕괴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한은은 다만 주택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 미칠 영향은 적다고 분석했다. 최근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데다, 가계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담보인정비율(40.1%)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현재 LTV 비율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금융기관의 손실흡수 능력도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소득에 대비해 집값이 과도하게 올라갈 경우 하방위험은 더욱 커진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가격은 상방보다는 안정이나 하방쪽으로 반응할 확률이 더욱 높아 보인다"며 "다만 금융당국의 대출 강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순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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