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최근 3년간 약 600종의 카드가 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수수료율 재산정 이후 수수료율 추가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비용절감을 등을 이유로 기존 카드발급을 중단하면서다. 단종된 카드 중에는 스테디셀러를 포함해 소위 알짜카드 등도 포함돼 갈수록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올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단종된 카드는 총 192종(신용 143종·체크 49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단종카드 202종(신용 157종·체크 45종)에 육박하는 수치다.
최근 3년 간 매년 200종의 카드들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특히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맞물려 단종카드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단종 신용·체크카드 수는 2017년 93종, 2018년 100종에서 2019년과 지난해 각각 202종씩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적용된 2019년부터 2배 가까이 뛰었다.
단종된 카드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스테디셀러와 알짜카드 등이 포함됐다. 신한카드는 지난 7월 LG카드 시절 출시해 20년간 인기를 끌었던 '레이디카드'의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해에는 다른 카드 실적과 연회비를 공유하는 소위 굴비카드로 인기가 높았던 '이마트 KB국민카드'와 월 최대 30만 포인트까지 적립이 가능한 '페이코X롯데카드' 등이 단종 돼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올해 신규로 발급된 카드는 총 232종(신용 199종·체크 33종)으로 최근 5년 이래 가장 많은 신상품이 출시됐다. 신규 신용·체크카드 수는 2017년 165종, 2018년 131종, 2019년 91종, 2020년 183종 등으로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등 최신 트렌드에 따른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개편된 카드들이 이전에 비해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이 같은 카드 단종 흐름에는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카드사의 주 수입원이었던 8개 전업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올 2분기 누적기준 3조735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가맹점수수료 조정 전인 2018년 2분기 누적 5조9543억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앞으로도 단종카드는 늘어나고 소비자 혜택을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말 예정된 가맹점수수료율 재산정에서 추가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카드사가 수익성 분석을 통해 향후 5년 간 흑자를 낼 수 있는 상품만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이 도입된 것도 고비용의 혜택이 많은 카드 출시를 꺼리는 요인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또 인하되면 카드사들은 비용절감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카드 혜택 축소 등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든다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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