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이 보험업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많은 고객을 가진 대형 플랫폼에 기반한 시장지배력으로 기존 보험사와는 결이 다른 방식도 과감히 선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가 디지털 혁신을 통해 경쟁에 나서는 한편 빅테크의 사업모형 등을 참고해 새로운 수익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최근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카카오페이보험’ 본인가를 신청했다. 카카오가 보유한 플랫폼과 연계한 보험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연계한 택시·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커머스와 연계한 반송 보험 등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업 초기엔 생활밀착형 소액 단기 보험에 집중하고 이후 모빌리티(자동차보험), 건강보험 등 본격적인 장기 보험으로 포트폴리오를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보험사와 제휴가 아닌 보험업에 직접 뛰어든 만큼 기존 보험사와 차별점이 시장 초기 정착 여부를 가를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플랫폼에 뿌리를 둔 만큼 보험 판매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예상하면서도, 손해사정이나 손해율 등 리스크 관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6월 법원에 ‘NF보험서비스’란 상호의 보험대리점(GA) 법인을 등록하면서 보험 중개를 선택했다. 특히 최근 선보인 중소상공인 대상 보험서비스인 ‘사장님 의무보험 가이드’는 네이버에 판매 채널을 둔 사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개인 정보 보호와 재난 배상책임, 화재 등 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에 대해 단순명료하고 쉽게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보험사들이 판매해왔던 상품이지만 사업자가 직접 해당 사업이나 업종에 필요한 보험을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찾아봐야 했다.
반면 네이버는 필수가입대상이나 미가입시 처벌 여부, 보험료 등 핵심 정보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면서 판매 채널로써의 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4곳의 상품 판매를 연계하고 있지만, 확장 가능성은 열려 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빅테크가 보험사로 인가를 받아 보험업에 진출하면 데이터와 기술력으로 새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판매해 보험사의 잠재고객,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이탈할 수 있고, 제휴 판매를 하는 경우도 우월한 시장지배력을 차지할 것"이면서 "보험사들은 고객과 접점 강화와 IT기업과 파트너십 구축, 디지털금융 인력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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