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2.21 10:37

"쿠팡이 있는데 왜 은행에서 짜장면 시켜요?" 빅테크 시장 노리는 은행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상진씨(36·가명)은 자주 사용하던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갈아타야 하는 지 고민에 빠졌다.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의 음식 배달앱 ‘땡겨요’에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이 씨는 "주문 중개 수수료도 낮아 배달할 때마다 들었던 식당 사장님에 대한 미안함도 줄어들 것 같다"면서 "오픈을 하면 써보고 만족도가 높으면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 대신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생활밀착형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그간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밀렸던 은행들이 그들의 안방인 플랫폼 시장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은행들은 수수료는 최대한 낮추는 대신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대를 맞아 데이터 수집에 집중하겠다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산적해 있는 규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22일부터 자체 개발 배달 앱 ‘땡겨요’를 출시한다. 서울 서울 강남·서초·송파·마포·광진·관악 등 6개 구가 우선 대상이다. 내년 말까지 서울 전역과 경기 등에 약 8만 개 가맹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주문중개수수료는 2%다. 6~15%인 기존 배달 앱보다 대폭 낮다. 광고수수료와 입점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은행들의 배달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편의점 배달 서비스인 ‘마이편의점’을 앱 서비스에 추가했다. KB국민은행은 자체 앱에 ‘요기요’ 배너를 탑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CU와 손잡고 편의점 상품과 금융상품이 결합된 구독상품을 계획 중에 있으며, NH농협은행은 한국화훼농협 상품을 구입·배달할 수 있는 ‘올원플라워’를 뱅킹 앱을 운영 중이다.
시중은행들이 속속 생활밀착형 서비스 상품을 내놓는 것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생활금융 플랫폼’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금융업 영역을 침범한 빅테크와 정면 승부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마이데이터 시대를 맞아 데이터의 중요도가 높아진만큼 사용자와 자영업자의 결제·매출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데이터 수집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만큼 소비자와 자영업자는 금액적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다만 은행들이 출시한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계속 유지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은행 배달 앱은 혁신 서비스에 각종 금융 규제를 일시적으로 면제받는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하고 있다. ‘땡겨요’ 역시 지난해 1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기에 출시가 가능했고, 내년 12월 이후엔 금융당국의 유효기간 연장을 받아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도 빅테크처럼 금융업 이외에 부수업무가 허용돼야 한다"며 "빅테크에게 금융 진출을 허용한 만큼 소비자 편익을 위해 은행에도 플랫폼 사업을 허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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