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2.19 13:54

[송승섭의 금융라이트]금융지주는 왜 만들어졌을까?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여러분들이 이용하는 대형 금융사는 대부분 금융그룹에 묶여있는 계열사입니다. 금융지주회사가 소유권을 가진 자회사라는 뜻이죠. 하지만 이런 형태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일반적이지 않았습니다. 제각기 활동하거나, 은행이 보험사와 투자회사를 소유하는 형태였죠. 금융사들은 왜 지주회사를 만들게 됐을까요?
금융지주회사란 은행·증권·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털과 같은 금융 자회사의 지분을 가진 회사를 말합니다. 금융사로 분류되지 않는 일반기업은 편입할 수 없죠. 또 돈을 버는 영업활동이 금지돼있습니다. 대신 보유한 모든 금융사의 기획, 인사, 재무관리 등을 담당하죠. 금융지주라는 이름 아래 모든 계열사가 한 식구로 엮인 형태입니다.
한국은 1990년 초만 해도 금융사끼리 뭉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해왔습니다. 1993년에야 금융사도 겸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은행이 증권사나 보험업을 겸업하도록 허락했죠. 그러다 2000년 10월 '금융지주회사법'이 4개월 만에 국회에서 통과됩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사의 정상화, 우량은행들의 대형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였죠. 당시 금융감독위원회의 인가를 받으면 금융지주회사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업무연관성이 있는 경우 각 계열사가 손자회사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그룹이 금융지주회사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탄생한 건 2001년 4월 설립된 ‘우리금융지주’입니다. 한국 최초의 금융지주회사죠. 이후 같은 해 신한금융지주가 출범했고요. 이후 하나금융지주가 2005년, KB금융지주가 2008년에 탄생했습니다. 현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재출범했죠. 각 금융지주사는 10여개에 달하는 금융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금융지주' 체계따로 흩어져있던 금융사들이 금융지주로 뭉친 배경에는 ‘범위의 경제’가 있습니다. 범위의 경제란 개별기업이 각자 생산하던 제품을 하나의 기업이 함께 만들 때 생산비용이 적어지는 현상입니다. 금융사도 마찬가지죠. 금융지주 관리 아래 다양한 금융상품의 겸업이 수월해지면서 판매비용이 줄고 수익이 증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전국에 뻗어있는 은행지점을 이용해 보험 상품을 함께 파는 영업(방카슈랑스)이 대표적인 예죠.
리스크 관리도 쉽습니다. 지주회사가 아닌 은행이 증권사나 보험사를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증권사와 보험사의 손해가 은행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은행은 자본적정성 비율처럼 까다로운 규제를 많이 받는데, 자회사가 흔들리면 은행도 덩달아 흔들리겠죠. 이러한 현상을 ‘위험전염’이라고 부릅니다. 금융지주사는 위험전염 현상을 최소화시켜주고요.
산업적으로 ‘안전장치 남용’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안전장치 남용이란 은행이 자회사의 부도를 막거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의 자금력을 과도하게 활용하는 현상입니다. 은행은 망하게 되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부도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자회사에 쉽게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가능성이 있죠. 금융지주 체제에서는 같은 계열사지만 자회사가 아니므로 이러한 위험이 줄어듭니다.
이외에도 고객 홍보와 긍정적인 이미지 구축에 유리하단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의 씨티그룹이 대형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한 원인 중 하나로 지주체계가 꼽힙니다. 규모가 커지고 지점이 많아지면서 이용이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거든요. 은행 고객을 카드와 자산관리, 보험까지 계열사에서 받는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었고요.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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