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초저금리 상황 속 유행처럼 번졌던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영끌(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음)족'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국내 대출금리도 가파른 상승세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늦어도 내년 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연 6%, 신용대출 금리는 최고 연 5%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차주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은 다음 달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1월(0.75%→1.00%)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추가 인상에 나서는 것이다.
한은은 과도한 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불균형에 물가상승 압력까지 거센 점을 근거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여러 번 시사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이 내년 최소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등 빠른 긴축 기조로 돌아설 것을 분명히 한 만큼 한은도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은 벌써 꿈틀거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변동형 주담대 지표금리인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11월 기준 1.55%로 한 달 만에 0.26%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는 지난 6월부터 가파르게 오르며 지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2월(1.6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월간 증가 폭으로는 201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사상 최대치다.
이에 따라 당장 은행들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지난 16일부터 일제히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연 3.59~4.79%에서 3.85~5.05%로 상단이 5%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연 3.58~4.09%에서 3.84~4.35%로 금리를 올렸다.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 그리고 하나은행도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가 상승했다.
한은이 내년 1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시장금리를 빠르게 밀어 올리게 돼 이 같은 대출금리 상승세는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 8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했을 당시 주요 대출금리는 최대 1%포인트 급등한 전력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화정책이 빠르게 정상화 궤도에 오르는 것이 확실시된 만큼 대출금리는 추세적으로 계속 오르는 환경이 됐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차주의 이자 부담이다. 주담대 차주의 80% 이상이 변동금리인 데다, 신용대출로 이른바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에겐 비상이 걸린 셈이다. 높아진 이자 부담으로 '영끌이나 빚투'가 더는 불가능해진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예컨대 지난 8월 3억원의 주담대를 30년 만기, 4%로 빌린 차주는 월 143만원을 부담하면 되지만, 추후 6%에 육박할 경우 해당 금리로 빌린 차주는 월 18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불과 3~4개월 차이로 이자부담이 월 30만원이나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출기근'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주들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이은 이중고가 예고된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는 4.5~5%로 올해보다 더욱 강화된다.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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