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정부가 내년 상반기 전기·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한다. 향후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차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20일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전기와 도시가스 등 중앙 공공요금에 대한 동결 방침을 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 국면에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의 적자가 누적돼 있지만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공요금 인상 불가 방침을 연장하는 것이다.
전기와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은 다양한 상품·서비스의 원재료라는 점에서 공공요금 인상은 여타 물가 인상의 도화선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시장 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격인 만큼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를 확인하는 채널이 되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상황에서 수요 측면의 압력까지 커지고 있어 많은 기업이 연초를 기점으로 상품·서비스의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사실상 유일하게 통제 권한을 가진 공공요금 인상을 용인할 경우 물가 상승세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이 최종 소비자가격에 전가되는 만큼 향후 서민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8년 만에 전기요금 인상을 용인했으나 추가 인상은 막았다. 내년 역시 당분간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방침이다.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국제가격 상승세를 고려해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요구 역시 강했으나 연말까지 동결 방침을 고수한 데 이어 내년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하철·시내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과 상하수도 요금, 종량제 봉투 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도 인상을 최대한 억누르겠다는 방침이다.
지방 공공요금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자율 결정 사항이나 행정안전부가 쓸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동원해 동결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 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 연 2%대로 설정 검토
아울러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를 연 2%대로 설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 목표를 2.0%로 제시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이 이상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개인 서비스 가격 등이 오르면서 상승세를 탄 물가 상황을 정부가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기재부는 조만간 발표할 경제정책방향에 내년 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치를 기존 1.4%에서 상당폭 올려 2.0% 이상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은은 2016년부터 물가 안정 목표를 2.0%로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2013∼2015년에 2.5∼3.5%였던 물가 안정 목표를 2016∼2018년 2.0%로 조정했고, 2019년 이후에도 2.0%를 적용하면서 기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매년 두 차례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과 경제전망에서 2016년 이후 한 번도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0% 이상의 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치를 내놓은 적이 없다.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2017년 1.9%, 2017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2017년 1.9%가 최고치였다.
그랬던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2.0% 이상의 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치 제시를 검토하는 것은 최근 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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