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내년 카드업계 경영환경을 두고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본업인 수수료 수익 뿐 아니라 규제 강화로 카드대출 역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서다. 여기에 연체율 등 건전성과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영향력 확대로 성장성까지 위협받으면서 수익성 악화를 타개할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개최한 '코로나 이후 비은행 금융기관 리스크 점검' 세미나에서 강화된 대출 규제로 카드업계의 외형 성장과 수익성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진단했다. 내년부터 카드론(장기카드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고 총량규제 한도도 낮아지면서다. 특히 단기적으로 자산건전성 관리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카드사의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위협받는다는 얘기다.
이달 말 예정된 가맹점수수료 재산정에서 추가 인하가 유력한 가운데 그간 수수료 적자를 만회하던 대출상품에서도 규제 강화로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그간 안정적으로 관리돼 온 연체율 역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위지원 한신평 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카드론의 다중채무자 비중이 64.4%로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시행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가 종료되면 연체율 상승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달금리 상승으로 비용↑…빅테크 성장도 위협적카드업계가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더 절박하다. 내년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성 역시 돌파구가 없어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그간 카드사들의 독무대였던 지급결제업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 3분기 기준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9조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중소 카드사(롯데·우리·하나카드) 결제액 10조7000억원 수준에 육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지속돼 온 저금리기조가 최근 상승추세로 전환하면서 조달금리 등이 오르며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올 연말 가맹점수수료가 추가 인하되면 내년 수익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빅테크가 플랫폼을 무기로 결제시장 내 영향을 확대하고 있어 첩첩산중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본업인 카드수수료 적자를 카드론 등 대출상품으로 만회해왔지만 내년부터 대출규제 강화로 이 조차 쉽지 않다"며 "연체율 역시 내년 대출 상환유예·만기연장이 끝나면 급등할 가능성이 커 그만큼 대손충당금을 쌓으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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