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중저신용자들이 찾는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은행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이기로 시중은행의 대출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2금융권 대출 확대가 ‘풍선효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은이 중저신용자 대출관리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지난해 8월 -0.1%였던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1월 3.4%로 큰 폭 상승한 데 이어 이후 지난 8월에는 9.0%까지 올랐다. 9월엔 9.3%로 더욱 커졌다. 이는 1금융권 대출증가율이 9월 들어 한 자릿수로 떨어진 추세와는 반대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상호저축은행, 새마을 금고 등의 비은행권으로 대출이 몰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금융권 대출은 주로 중저신용자 비중이 많다는 점에서 부실 우려 가능성이 나온다. 지난 3월 기준 신용도별 가계대출 비중을 보면 은행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16%였지만 비은행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72.7%에 달했다.
비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부실화 가능성을 키운다. 지난 10월 금융사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일반 예금은행의 가계 대출 금리는 연 3.46%인 반면 새마을금고의 경우 3.87%를 나타냈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9일 이와 관련,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된 반면 일부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취약 부문의 일부 부실화 등은 앞으로 유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부총재보는 "비은행권은 은행에 비해 대출 금리가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내년부터 비은행권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내년 1월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중저신용자 대출 문제는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2차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음 달 추가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금융권의 위험 정도를 파악한 후 중저신용자의 부실 위험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은행권 중저신용자의 부실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취약계층에 한해서는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금리를 계속 낮게 유지하는 것은 더욱 위험성을 키우게 된다"며 "비금융권 전체에 대한 현황 파악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앞서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이해와 위험 관리 체계의 설계 방향’ 보고서를 통해 "저소득가구의 부채비율과 부채 상환 비율, 연체율이 높아 사회적 안정성 측면에서 우려된다"며 "개인 채무 불이행자의 경제적 재기를 위한 구제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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