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유통·패션업계에서 ‘루시’ ‘아뽀키’ ‘로지’ 등 가상모델이 뜨고 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개념이 도입되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가상인간이 수백만 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를 보유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최근 가상인간을 앞세운 마케팅도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광고모델 발탁도 줄을 잇고 있다.
◆가상모델 잇단 발탁 = 10일 롯데홈쇼핑은 지난 10월 초대형 쇼핑 행사 ‘대한민국 광클절’에 이어 이달 특집 행사에서도 메타버스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한 가상모델 ‘루시’를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루시는 올해 2월부터 SNS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광클절 당시 유튜브에 공개된 탱고 춤을 추는 홍보 영상은 조회수 219만건을 돌파했다. 루시는 유명 화장품·패션 브랜드·공기업 캠페인 홍보모델로 협업을 논의 중이며, 향후 움직임·음성표현 등 기술 고도화를 통해 쇼호스트 등으로도 활동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새 브랜드 슬로건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 광고모델로 에이펀인터랙티브의 버추얼 아이돌 ‘아뽀키’를 발탁했다. 지난달 5일 유튜브에 공개된 아뽀키 광고 영상 조회수는 91만건을 넘겼다. 아뽀키는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 약 30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으며, ‘겟 잇 아웃’ ‘커밍 백’ 등 디지털 싱글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적극적인 소통과 다양한 도전을 이어오는 아뽀키의 모습이 새로운 슬로건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만든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와 전속 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언제나, 어디서나, 오로지 GS25’라는 캠페인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로지의 모습을 통해 MZ세대와 함께해온 GS25의 모습을 선보이고 미래를 위한 친환경 캠페인도 진행한다. 로지는 22세 여성으로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탄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헤라,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 등의 광고모델도 맡고 있다.
◆사생활 논란 위험 없어 확산 = 업계에서 광고모델로 가상인간에 주목하는 이유는 연예인·인플루언서와 달리 성추문, 음주운전, 학교폭력 등 사생활 논란 자체에 휘말릴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광고모델의 대형 스캔들이 터질 경우 불매 운동 등으로 이어져 매출과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가상인간은 모든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연출할 수 있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최첨단 기술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가상모델이 보편화되면서 시장 규모도 급격히 성장할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인간 시장 규모는 2조4000억원으로,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7조6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5년에는 가상인간 시장 규모가 14조원을 기록하며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13조원)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