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부동산 기자가 되면 친구들에게 뜬금없이 카톡이 오곤 합니다. "청약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 "1순위가 뭐야?" 청약통장은 그저 부모님이 어릴 때 만들어준 통장에 불과한 2030 '부린이(부동산+어린이)'를 위해서 제가 가이드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집값은 나날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청약 당첨이 될만한 가점을 쌓으려면 10년은 넘게 기다려야 했던 2030 부린이들에게 희소식이 될만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부의 특별공급 확대 방침인데요.
지난달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 청약 특별공급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해당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다음달 7일까지 입법예고된 상태입니다.
다음달 중 시행이 유력한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사상 처음으로 민영주택에도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도입하고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기준을 대폭 상향한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국민주택 규모'인 85㎡(전용면적) 이하 주택에 100% 청약 가점제가 도입되고 85㎡ 초과 주택에도 가점제 비중이 50%까지 확대된 데 따른 보완적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가점제에서는 당첨 기회가 거의 없는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인 셈이죠.
정부의 이러한 대응은 현재 가점제에 밀려 당첨이 어려워진 30대들이 소위 '청포족(청약 포기자)'이 되며 적극적 주택 매수세로 돌아선 '패닉 바잉(공포에 의한 매수)' 현상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총 4만8928건 중 30대의 매매건수가 1만5015건(31.1%)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민영주택에도 15%까지 생애최초 특공… 다만 기준은 까다로운 편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게 달라질까요? 우선 생애최초 특별공급 등 상대적으로 2030에게 유리한 특별공급의 비중이 대폭 늘어납니다. 현재는 국민주택 기준 80%, 민영주택 기준 43%인 특별공급의 전체 비중은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민 85%, 민영주택 중 공공택지 58%·민간택지 50%로 모두 절반을 넘게 됩니다.
특히 민영주택에는 기존에는 도입되지 않았던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처음으로 도입됩니다.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민영주택은 전체 분양 물량 중 15%, 민간택지에 지어지는 민영주택은 7%가 생애최초 특별공급으로 할당됩니다. 기존 20%였던 국민주택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중도 25%로 5%포인트 늘어나게 됩니다.

정부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확대안 (제공=국토교통부)
이러한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생애 최초'인 만큼 당연히 공급 신청자 본인뿐만 아니라 신청자 가구원 모두가 한번도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현재 혼인 중이거나 자녀가 있어야만 합니다. 즉, 배우자나 자녀 등 부양가족이 있어야 합니다. 또 자녀만 있는 경우 자녀 역시 미혼이어야 합니다. 신입사원도 생애최초 특별공급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일한 지 5년 이상 넘은 노동자 또는 자영업자만이 신청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소득 기준도 있습니다. 3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563만원을 넘는 경우에도 신청할 수 없습니다. 현재 해당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00% 이하인 경우에만 청약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기준 1인 가구는 264만5147원, 2인 가구 437만9809원, 3인 가구 562만6897원, 4인 가구 622만6342원이 넘는 월평균 소득을 벌었다면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불가능한 것이지요.
게다가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같이 배우자 소득이 있을 경우 소득기준을 보다 상향해 적용하는 것과 같은 절차도 없기 때문에 요건 충족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산 기준이 부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올해 기준으로 토지와 건물 등을 합친 부동산 자산 보유가액이 2억1550만원 이하여야 하고, 자동차를 가진 경우 해당 가액이 2764만원 이하여야 합니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민영주택의 경우 분양가가 국민주택보다 높은 점을 감안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대비 100%에서 130%로 소득기준을 완화할 방침입니다. 이 경우 3인이하 가구는 월 722만원, 4인 가구는 월 809만원 소득 가구까지 신청이 가능해집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요건 완화… 4인가구 연 1억버는 가구도 가능

정부의 민영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요건 완화안. (제공=국토교통부)
정부는 이와 함께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기준도 상향키로 했습니다. 현재 공공주택 100%(맞벌이 120%), 민영주택 120%(맞벌이 130%)인 소득기준이 다음달부터는 분양가 6억원 이상의 신혼희망타운과 민영주택(생애최초 주택구입 한정)에 대해 130%(맞벌이 140%)까지 높아집니다.
4인가구 기준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140%는 871만6879원이니 연소득으로 산정하면 1억460만2546원인만큼 연소득 1억원이 넘는 가구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신청이 가능해진 셈입니다.
현재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별도의 자산 기준이 없는 방향이 유지될 전망입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과 달리 신혼부부 특별공급에는 별도의 자산 요건이 존재하지 않아 '금수저' 청약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정책 변화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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