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고 정부에 영업제한조치 철폐를 촉구하는 분향소가 설치돼 있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2023년 1월부터 자영업자 고용보험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수용성 확대와 소득파악 체계 마련 등 과제가 남아있으며 가장 큰 난제는 수용성 확보다.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유도하려면 일반 근로자,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및 예술인 등보다 높은 보험료율 문제를 풀고 일부 업종의 소득 의무 신고에 대한 반발 등을 해소해야 할 전망이다.
7월까지 피가입자 잠정 목표치 391만명의 1%도 안 돼

자료=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자영업자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3만6378명이다. 가입한 사업장 수는 1331개소였고 도소매업 373개소, 숙박 및 음식점업 356개소 등의 비중이 컸다.
피보험자 수는 정부가 지난해 말 전국민고용보험 로드맵을 통해 제시한 잠정 목표치인 391만명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당시 정부는 '경제활동인구 중 1인 자영업자(231만~258만명)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133만명)'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료율 2.2%인데…당연가입자 제도 개선 난항 예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가입률을 높이려면 자영업자를 임의가입자에서 당연가입자로 바꾸는 법체계를 마련하고 필요시 고용보험료율 조정 등을 해야 하는데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반발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자영업자의 고용보험률은 2.2%로 일반 근로자 1.6%, 특고 종사자 및 예술인 1.4%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근로자면서 사업주인 자영업자의 특성상 다른 근로자들처럼 근로자와 사업주가 반반씩 보험료를 내는 체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특성상 사업주와 근로자가 각각 보험료를 내는 체계로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자영업자는 보험료 부담, 실업급여 수급요건 판단 등에 있어서 근로자와 동일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고려할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적용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3월에야 쟁점 마련…보험료율 조정 논의 시 고용부 고용보험위도 열어야

지난 7월6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발족식 및 1차 전원회의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쟁점 발굴에만 최소 4~5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사노위는 지난달 30일 '자영업자 고용보험 적용확대 연구회'를 발족했다. 내년 3월에야 '쟁점 마련'을 할 방침이다. 이후 경사노위 내에서만 ▲의제개발조정위원회 ▲운영위원회(국회 상임위 격) ▲본위원회(최고 의결기구) 등을 거쳐야 안건이 의결된다. 보험료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위원회까지 별도로 열어야 한다. 모두 내년 안에 해내야 2023년에 제도를 돌릴 수 있다.
경사노위 측은 아직 연구회 전체회의를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연구회 멤버인 노동계와 경영계, 자영업자 측 인사들이 무엇을 쟁점으로 올릴지 예단키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상 쟁점은 ▲수용성 확보를 위한 고용보험료율 조정 여부 및 수준 ▲고용보험 적용대상 범위 설정 ▲저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별도 재정지원 체계 필요성과 지원 모델 등이다.
여기서 가장 예민한 사안인 '보험료율 조정'은 일반 근로자, 특고 종사자, 예술인들과의 형평성 논란 때문에 다루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고용보험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내년 7월부터 고용보험료율을 0.2%포인트(일반 근로자 1.6→1.8%, 특고 종사자·예술인 등 1.4→1.6%) 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른 근로자들은 다 올리는데 자영업자만 내리면 상당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자영업자 소득파악은 조세연 연구용역 중…특고·플랫폼 종사자 먼저"

지난 8월29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앞 플랫폼 배달 라이더 추모공간. 같은 달 26일 라이더가 선릉역 인근 도로에서 화물차에 치어 숨진 바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정부가 로드맵에서 제시한 '1인 자영업자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에게만 고용보험 제도를 적용하기로 한 결정도 논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 소위 '나 홀로 사장'이라 불리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8월 기준 424만9000명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인 만큼 제도 수혜자의 범위를 넓히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고용보혐료율 조정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저소득 자영업자에게 소규모 사업장,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인 '두루누리 사업' 비슷한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저소득자 지원 기준과 정교한 구간 설정 등이 전제 조건으로 따라붙는다.
사회적 합의와 별개로 정부는 자영업자 소득 파악 인프라 구축 작업 속도를 높여야 하는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는 무난하게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고용부가 함께 소득파악 체계를 마련하고 있으며 자영업자의 경우 현재 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퀵서비스(배달기사 포함)·대리기사 등에 대한 소득 체계 마련부터 한 뒤 자영업자 소득파악 체계를 갖출 방침이다.
내년 1월 제도 적용 대상자인 퀵서비스·대리기사에 대한 소득 파악 체계는 다음 달이면 완성될 전망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4일 정책점검회의에서 "다음 달부터 퀵서비스·대리기사 등 일부 플랫폼 종사자들의 소득을 월별로 파악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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