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김동표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던 ‘종합부동산세 상위 2% 부과안’이 전격 폐지된 데 이어 공급대책도 계획대로 추진이 어려워지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특히 종부세 2%부과를 비롯해 각종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의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개월 논의 끝에 추진했던 안이 폐기되면서 향후 부동산정책 신뢰는 더욱 추락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소득세법 개정 불투명·공급은 하세월= 줄줄이 밀린 여당 부동산 정책의 다음 타깃은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담긴 소득세법이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은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논의를 거쳐 11월 처리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세법안 논의과정에서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여당으로서는 더 이상 밀려선 곤란하다는 판단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동수 의원안에 따르면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더라도 1주택이 된 시점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다시 계산한다. 이때 기존의 거주 기간에 따른 공제율 40%는 그대로 유지하되, 양도차익에 따라 보유 기간별 과세를 달리하게 된다. 양도차익이 5억원 이하의 경우 보유기간 공제율을 4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인 경우 30%, 10억 초과~15억원 이하 20%, 15억원 초과 10%를 적용한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반대하고 있다. 세금 중과로 주택매매를 유도하는 것은 오히려 매물잠김 현상을 가속화하는 등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세대 1주택자에 한해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100%로 상향해야 한다는 전향적인 의견도 있다"며 "최소한 현행 최대 공제율 80%는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의 반대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세 차례 여당의 철회를 관철한 데 이어 내년 대선을 앞둔 만큼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국회 기재위 야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종부세법 통과를 추진했지만, 이를 폐기시키고 국민의힘의 입장을 관철시킨 것"이라며 "국민부담을 대폭 경감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규모 공급정책도 지지부진하다. 당정은 주택공급을 조속히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지자체 협조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실제로 이달 말 발표하는 전국 13만가구 규모의 잔여 택지 발표 계획에는 서울 지역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태릉골프장은 지구지정도 안 된 상황이다. 지구지정과 재개발·재건축 추진은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또 연말까지 24만가구의 지구지정을 확정하고, 2022년까지 총 6만2000가구 사전청약 공급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종부세 기준 ‘11억원’ 완화도 비판= 종부세 부과 기준 2%안을 철회했지만 조세정책의 일관성도, 형평성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이번 개정안은 1주택자에 한해 적용된다.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선은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되지만 다주택자의 기준은 여전히 6억원에 머무른다. 고가 주택 1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종부세를 안 내고, 저가 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종부세를 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들도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에 대한 종부세 과세 기준은 여전히 1인당 6억원(부부 합산 12억원)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과표 구간이 쪼개지면서 과세 기준이 난수표처럼 변한 데 이어, 고가주택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납세자의 부담을 키운다. 종부세 과세기준은 공시가격 11억원이 됐지만, 양도소득세에서 고가주택은 시세 9억원이다. 재산세 감면 기준은 또 공시가격 9억원이다. 양도세는 비과세 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 경우 과세기준이 12억원, 11억원, 9억원으로 중구난방이 된다.
부동산 중개수수료 기준까지 더하면 과세 기준은 더욱 복잡해진다. 현재 최고요율(0.9%)은 9억원 이상 주택거래부터 적용된다. 9억원 이상을 고가주택으로 본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15억원 이상 주택거래부터 최고요율(0.7%)을 적용할 계획이다. 고가주택자로 분류되는 기준은 세금을 낼 때마다 달라지는 셈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책 내용이 수시로 바뀌고 조세 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결국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가주택에 대한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초 종부세 도입 취지가 상위 1%에 대한 것이었던 만큼 현재 아파트 가격 상황을 반영해 공시가격 15억원 이상을 기준선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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