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유행에 조기인상 제동 걸렸지만경제 회복세 훼손할 정도는 아냐한은, 성장률 4% 유지 전망
1765조원 가계부채 등 초저금리 부작용 우려시장, 10월 금통위서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 이주열 "8월 회의서 통화정책 조정 논의, 검토"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0%로 동결했다.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했으나,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한은의 조기 금리인상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이날도 16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한은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0.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3월16일 '빅 컷'(1.25%→0.75%), 작년 5월 추가 금리인하 후 아홉 번째 동결이다. 이번 금통위에선 고승범 금통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통상 소수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후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 금통위 후에 실제로 기준금리를 올린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한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어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내 금리인상 카드는 여전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대로 4%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수출·설비투자가 호조를 지속하고, 민간소비도 회복 흐름을 나타낸 데다 고용 상황도 개선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5월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현재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고 지금 두 달이 지났다"며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 물가 오름세 확대,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다음 회의때부터는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한다"고 밝혔다. 이번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당분간’이라는 표현은 안 쓰게 된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고 밝혔다.
초저금리 장기화에 가계대출이 폭증하고 있고, 물가가 뛰고 있다는 점도 연내 금리인상 카드가 여전한 이유다. 이 총재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경로를 상회해 당분간 2%대 초중반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상승률)도 점차 1%대 중반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17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와 자산쏠림 현상도 금리인상 근거로 제시된다. 금통위는 "가계대출은 큰 폭 증가세를 이어가 상반기 기준 최대 증가폭을 보였고, 주택가격은 수도권·지방 모두에서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성장·물가흐름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점검하며 완화정도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멀어진 3분기 금리인상보름 전만 해도 한은 안팎에선 3분기 중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컸고, 일각에선 7월 금리인상설까지 제기됐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경기 과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창립기념일 기념사, 물가설명회 등에서 연내 금리인상을 명확히 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한은과 정부가 공동으로 나서 통화·재정정책의 엇박자 논란을 불식시키기도 했다. 정부도 연내 금리인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7월 들어 상황이 급반전되며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1600명을 넘어설 정도로 확산세가 빨라졌다. 빚을 내 1년 이상 버틴 자영업자의 부담이 또다시 커진 상황을 감안하면 금리를 올리기가 조심스러워진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계속해서 번지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연내 금리인상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단기에서 중장기적 변동 요인으로 갈지 여부가 변수"라고 말했다.
'10월 인상론' 재부상…코로나19 회복 빠르면 8월도 가능 시장에서는 한은이 8월 금통위에서도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10월에나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과 영향을 점검하고, 다음 달 26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은 뒤에야 금리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다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경제회복세를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코로나19 학습효과가 있고, 3분기 중 대규모 백신접종이 예정돼 있다. 백신을 맞은 후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적다. 시티그룹은 한국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해도 소비가 전반적으로 회복국면에 있다고 판단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4%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1765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과 부동산·주식 쏠림현상과 같은 초저금리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도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한국의 금융 불균형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취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은행권 가계대출은 41조원 넘게 불어나며 사상 최대 폭 증가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변동성은 일부 업종, 즉 외식·스포츠·문화산업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우리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는 수출제조업엔 영향을 많이 미치진 않는다"며 "세계경제 회복세도 델타 변이 때문에 특별히 주저앉지는 않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을 중심으로 물가도 뛰고 있기 때문에 방역으로 인한 충격은 재정정책으로 해결해야 하며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으로 풀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물가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한은으로선 부담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빨리 금리인상에 나서는 셈이 된다. 뉴질랜드중앙은행(RBNZ)은 양적완화(QE) 정책의 일환으로 취했던 채권 매입을 오는 23일부터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기준금리(0.25%)를 동결하긴 했지만 채권매입 중단은 금리인상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주중앙은행(RBA)도 지난 6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첫 단계에 나서기로 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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