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7.02 16:15

씨티은행 '소매금융 청사진'…이달 중·하순 윤곽 나온다(종합)

한국시티은행이 국내 소비자금융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한국씨티은행 인수희망자들이 이달 중으로 실사를 마친 뒤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통매각과 고용 승계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철수방안도 구체화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금융당국 및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최근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7월 중·하순이면 실사 참여자들의 입장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는 유 행장과 매주 정례회동을 가지고 있다. 해당 내용은 내부 직원들에게 공유됐다.
유 행장의 입장은 지난달 3일 한국씨티은행이 이사회 직후 발표한 내용과 맞아떨어진다. 한국씨티은행은 당시 "진행 상황에 다소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단서를 붙이면서도 "7월 중에는 출구전략의 실행 윤곽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매각방식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개별 물밑협상을 통해 이달 중으로 원매자의 참여 여부를 파악한다는 일정에는 변동이 없는 셈이다.
내부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인수와 고용 승계 문제를 둘러싸고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 난무하자 유 행장이 직접 발표 예상 시점을 상기시켜줬다는 뜻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헛소문이 나오고, 각종 내용의 문자와 문의가 노사에 쏟아졌을 것"이라면서 "직원들 간에도 헛소문이 많이 나도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은 일각에서 나오는 주장처럼 예비입찰 절차를 생략한 채 매각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곧바로 우선협상자를 정하게 되면 추가 실사 등의 과정이 줄어 발표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현재 한국씨티은행 인수희망자들은 기업 실사작업을 진행 중이다. 과정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복수의 금융사들이 한국씨티은행이 개방한 가상데이터룸을 들여다보는 식으로 이뤄졌다. 자산실사는 대부분 마무리 과정이며 최종 입찰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작업 마무리 단계…'통매각' 시나리오는 불투명데이터를 확인한 복수의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카드와 자산관리(WM) 부문이 매력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씨티카드는 고객 충성도가 높고 분리매각을 진행해도 고객을 그대로 받아올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2008년에는 신세계백화점과 제휴를 맺고 ‘신세계 씨티카드 콰트로’를 출시해 우량고객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연이어 나온 ‘신세계 씨티 리워드 카드’나 ‘신세계 씨티 클리어 카드’도 실적이 양호해 카드 부문이 약한 금융지주엔 고객을 끌어올 기회다.
WM 부문의 경우 고액자산가를 자사 고객으로 편입하고, 안정적인 비이자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업이라는 평가다. 한국씨티은행은 1980년대 개인자산관리(PB)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이후 꾸준히 WM 부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아왔다. 특히 분산투자와 고객 투자성향에 맞춘 포트폴리오 솔루션은 시장과 고객 자산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해외펀드 경쟁력도 인수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노조의 주장처럼 ‘통매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매각 건을 두고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은 지난달 한국씨티은행 본점에서 유 행장을 만나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매각을 진행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전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배진교 의원의 관련 질의에 “가능하다면 통매각을 통해 고용이 유지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노사가 동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인수를 희망하는 금융사들은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의 고용 승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사업부는 약 10년간 신입직원이 들어오지 않아 상대적으로 직원 연령이 높다. 평균 연봉 역시 1억1200만원에 달해 기존 시중은행보다 높고, 퇴직금 누진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고용 승계에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한국씨티은행도 애초 “통매각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방침에서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절차도 함께 검토한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고용보장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자 최근에는 희망퇴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유 행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매각에 따른 전적, 자발적 희망퇴직, 행내 재배치를 통해 직원들을 놓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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