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6.30 11:18

임기말 알박기 우려…'낙하산 인사'에 文 대선공약도 발목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정권 말을 맞아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정권이 끝나도 대부분 임기가 보장되는 비상임이사직의 경우 여권의 ‘제 식구 챙겨주기’ 행태가 더욱 눈에 띄게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에 따라 규제 산업에 속하는 금융산업 특성상 권력의 ‘보이지 않는 손’이 향후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노조추천이사제’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文 정권 말까지 비상임이사 11자리 임기만료=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중순까지 7개 금융 공공기관(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예금보험공사·주택금융공사·신용보증기금·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비상임이사 11자리가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내년 5월 중순 전까지 임기 만료를 앞둔 비상임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산은이다. 김남준(6월27일), 이윤(7월31일), 손교덕(2022년 3월29일) 비상임이사가 차례로 임기 만료를 맞는다. 신보는 한승희·서종식 비상임이사의 임기가 내년 1월30일 만료된다. 기은과 캠코도 각각 2명의 비상임이사가 내년 5월 전 임기를 마친다. 예보와 수은도 각각 1명씩 교체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이들 비상임이사 11자리 역시 ‘낙하산·보은 인사’ 가능성을 크게 내다보고 있다. 정권이 끝나도 웬만하면 임기가 보장되는 특성상 ‘내 사람 챙기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은 물론 전 분야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한 이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정부는 다를 거라는 평이 많았지만, 결국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며 "오죽하면 여권 인사들이 서로 경쟁을 벌이는 것이 금융 공기업 인사 자리가 늦게 임명되는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낙하산에 ‘노조추천이사제’ 사실상 물거품= 임기 만료가 예정된 사외이사 자리마저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커지며 문 대통령 공약인 ‘노조추천이사제’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노조추천이사제는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책임경영체제를 내실화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제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근로자 권익을 높이고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금융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된 전력이 있다.
기은 노조는 2019년에 이어 지난 4월 도입을 추진했지만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캠코의 경우 지난해 8월 노조가 추천한 인물을 최종 사외이사 후보군에 포함하려다 실패했다.
특히 최근 비상임이사 선임을 추진 중인 수은에서 불거진 청와대 출신 내정설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도입이 가장 유력시됐던 수은마저 청와대 비서관 출신 교수가 ‘낙하산’ 임명을 기다린다는 얘기가 돌며 문제가 불거졌다. 수은은 통상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 한두 달 전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해 공백을 최소화해왔다. 현재 한 달여 가까이 공백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는 이례적이다.
수은 노조 등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추진이란 대통령의 약속을 청와대 출신 인사가 막는 꼴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측이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교수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돈다"며 "전임자 임기 만료가 한 달여 되도록 임추위 구성도 못한 것에 대한 ‘낙하산’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명권을 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도 다소 회의적이다. 그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수은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노조추천 이사라고 해서 배제할 필요도 없고 의무적으로 선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기재부가 공공기관 노조와 노조추천이사제 적극 도입에 합의했던 점과 사뭇 결이 다르다.
사실상 현 정권 임기 내에선 노조추천제 추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기가 만료되는 비상임이사 자리가 10여개 불과하고 도입에 우호적인 금융 공공기관도 많지 않은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은과 기은은 그나마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유력시됐던 금융 공공기관으로 평가됐다"며 "아직 법으로 제도화돼 있지 않아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볼 때 산은, 예보 등 다른 곳 역시 도입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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