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첫날인 지난달 7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손경식 경총 회장과 대화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경영계가 정부를 초대해 실업·해직자의 사내 노조활동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당초 빠르면 5월, 늦어도 이달까지 하기로 했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도 조속히 시행해달라고 요청했다.
28일 오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부 실·국장을 초청해 '30대기업 CHO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이 자리엔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등 30대 기업의 인사노무, 안전보건 담당 임원 26명이 참석했다. 올초 중대재해법 국회 통과 후 30대 기업의 안전보건담당 임원과 정부가 공식 간담회를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참석한 안전보건 담당 임원 5인은 장성대 삼성전자 전무, 전인식 현대차 상무, 김형수 SK하이닉스 부사장, 최헌 현대중공업 상무, 이태성 대우조선해양 상무 등이다.
경영계는 이 자리에서 ▲실업·해직자의 사내 노조활동 범위와 사전통보 등 정부 가이드라인 마련 ▲정부의 조속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입법예고 ▲주52시간제 관련 월 또는 연 단위 연장근로 사용 허용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 지원 ▲노조 활동비 지원 차원의 근로시간 면제 심의위원회 관련 공정한 논의 진행 등 전방위적인 요구를 쏟아냈다.
주목할 점은 안전보건담당 임원들이 모여 중대재해법 시행령의 모호한 규정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빠르면 지난 달, 늦어도 이달엔 발표하기로 한 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지연되고 있고, 다음달 초는 돼야 발표할 것이란 정부 안팎의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2조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한다'는 문구가 산재 사망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안전보건 담당 임원이 처벌을 받아도 된다는 해석상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의 포괄적이고 모호한 경영자 책임 규정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산업안전 정책이 처벌보다는 예방 중심이 되도록 경영계 의견을 적극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다음달 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노조법 때문에 해직 노동자의 노조 가입이 늘어날 경우 노사분규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영계는 우려했다. 경영계는 "해고자·실업자가 노조에 가입하면 단체교섭에서 해고자 복직이나 실업급여 지원 등 과도한 요구가 빈번히 제기되고 파업이 크게 늘 것으로 우려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 등 사용자의 대항권을 국제 기준에 맞게 보완하고, 사용자만 일방적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는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기업에 중대재해법 규율 사항을 잘 지키라는 당부와 패트롤 점검(위험 현장 불시 점검) 규제 확대 예고 등의 답변을 내놨다. 또한 청년 고용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가이드라인 마련 및 기업의 법 준수 당부 ▲'3대 안전조치(끼임·추락 예방, 보호구 착용) 현장 점검의 날'을 다음달부터 월 1회에서 격주 시행 ▲개정 노조법 불확실성 최소화 노력 ▲다음달부터 시행하는 '청년 고용 응원 프로젝트' 협조 요청 ▲적극적인 공개채용 활용 요구 등의 메세지를 전했다. 여기서 청년 고용 응원 프로젝트는 '청년 채용 특별 장려금',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구직 장려금 지급과 청년 일·경험(스펙) 지원 정책 등을 의미한다.
안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내년 1월 시행될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통해 유해·위험요인 점검·개선 업무처리 절차 마련 의무, 전문 인력은 배치 의무, 안전시설 및 관련 예산 투입은 적정성 여부 등을 규율할 것"이라며 "향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설명자료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음달 6일부터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는 만큼 노사 관계의 자율성 제고와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기업도) 함께 노력해 주기 바란다"며 "정부도 개정 노조법 관련 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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