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효진 기자] "신용대출을 추가로 신청해야 겠어요. 당장 목돈을 쓸 계획은 없지만 혹시 앞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필요할 지도 모르니 대출이 막히기 전에 더 받아야 겠네요."(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A씨 게시글)
"미리 규제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고객들이 몰릴 수 있어서 일시적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B은행 중구지점 직원)
7월부터 적용되는 가계부채 규제가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금융당국의 설명에도 불구, 시행 전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이 몰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시중은행 영업점과 투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날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른 대출 가능 한도 변화 질문과 결국 새 규제가 시행되는 7월 전까지 대출 수요가 몰릴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가계부채 관리방안 어떤 내용 담겼나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와 연 소득 8000만원을 넘는 고소득자가 받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는 경우에만 적용됐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당장 오는 7월부터 3단계에 걸쳐 확대 적용된다.
오는 7월부터는 모든 규제지역의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연 소득 관계없이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을 때 차주별 DSR 40% 규제가 적용되고 3단계에 해당하는 2023년 7월에는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에게도 차주별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현재 1억원 이상 대출이 있는 사람이 전체의 28.8% 수준인데다 전체 가계대출에 76.5%에 해당해 차주 10명 당 3명은 대출한도가 줄고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또 당장 다음달부터 토지, 오피스텔, 상가 등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주택과 마찬가지로 주택담보비율(LTV)을 적용한다. 대출한도는 시가의 최대 70% 이하로 제한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비주거용 부동산은 LTV가 40%로 묶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대책 발표로 인한 시장 동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 90% 이상의 대출자는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들은 최근 빚투·영끌로 부동산·주식 등 투자에 썼던 투기 대출 수요가 많았던 만큼 "대출을 조이겠다는 강한 신호"로 해석하며 대응에 나설 태세다.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후 대출한도 축소 우려
부채 상환 부담 커지는 것도 우려
코로나19로 대출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는 규제 전에 미리 받아두려는 수요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예고하자 은행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사상 최대수준으로 불어났고 연초에도 추가 고액 신용대출 규제가 나올 것이란 우려감에 마이너스통장 발행이 급증하는 부작용이 나왔다.
실제로 시중은행 영업점에는 가계부채 관리방안 자체를 정부의 대출 한도 축소 방안으로 이해하고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C은행 중구지역 영업점 직원은 "규제 적용 전 신용대출을 통해 자금을 만들어두려는 수요가 당장 다음 달부터 크게 늘 것"이라며 "정부 발표 직후 관련 문의가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배경에는 8%에 달했던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 5~6%대로, 내년에는 4%대로 낮춘다는 목표가 깔려 있다. 즉, 은행이 대출 증가폭을 완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출 문턱을 높이는게 불가피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D은행 여의도지점 관계자는 "증가율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는 것인데, 일선 현장에서의 대출 심사가 더욱 깐깐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우대금리 축소나 폐지를 통한 금리 인상, 일부 대출상품 판매 중단 등의 조치가 더 강력해지고 상시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행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서 6억원 초과 주택으로 DSR 40%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소득이 낮은 서민층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은행 마포지점 직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민들 가운데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존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6억원 초과 주택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고자 할 경우 한도에 제약이 생겨 7월 전으로 잔금지불시기를 앞당겨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은행들의 완충자본 적립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업계에서는 총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에 비례해 추가자본 적립의무 를 부여한 게 장기적으로는 새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경우 가계대출 비중이 6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5%포인트 내외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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