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금융당국이 다음달 가계대출 증가율을 낮출 수 있는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를 앞두고 잇따라 대출규제 완화 ‘틈새’를 벌리면서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한도 축소 부담을 안게된 유리지갑 직장인들의 소외감이 커지고 있다. 저소득·저신용자들에게 금융지원 형평성을 높여 불평등을 최소화하자는 정부의 포용금융 강화 방향에 따른 것이지만 대출규제 강화 속에 진행되고 있는 조치들이 일반 직장인들의 소외감과 금융권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규제 속 잇단 포용금융 강화=31일 정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연 20% 초과대출 대환상품을 한시적으로 공급하고 햇살론17 금리를 2%포인트 인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서민금융 공급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7월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되는 데 따른 후속조치다.
개편방안은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정책서민금융 안전망 확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환능력이 있음에도 기존 고금리 대출 만기 시 재이용이 어려워진 사람을 위해 하반기부터 3000억원 한도로 대환상품 ‘안전망 대출Ⅱ’를 지원한다. 하반기부터 햇살론17 금리가 15.9%로 2%포인트 인하되고, 이후 시장상황에 따라 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다.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청년층을 지원하는 ‘햇살론유스’ 공급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1000억원 추가한다.
금융당국은 청년층·무주택자의 주거사다리 형성에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출규제 완화도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청년층·무주택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놓고 관계부처와 조율 중이며 관련 내용은 다음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도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로 부동산시장을 잡겠다는 기존 방향과는 반대로 무주택자에 적용되는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우대혜택이 기존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피해계층으로 분류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들을 오는 9월까지로 6개월 추가 연장했다.

◆규제에 갇힌 유리지갑 직장인=문제는 가계·기업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16배로 늘어나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출을 조이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와중에 대출규제 완화로 ‘틈새’가 벌어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데 있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가계부채 관리방안’에는 은행별로 평균 40%에 맞춰져 있는 DSR 규제의 적용 대상을 개별 차주로 확대 적용하고 원금 분할 상환을 의무화하는 대출 규제 강화책이 담길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를 앞두고 대출금리 상향 조정 및 한도 축소 등으로 총량 관리에 나선 상태다. 이미 지난해말부터는 고액 일시금 신용대출 한도를 1억~2억원대로 대폭 줄였고 마이너스 통장 한도 역시 축소했다.
대출자들의 금리 부담도 커지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2.74%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내서 투자) 대출자들이나 일반 직장인들이 은행에 낼 이자가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부가 갚을 능력이 되는 차주들의 대출에는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면서 되레 대출 상환 리스크가 높은 차주들의 자금 융통 창구를 열어주고 있 는데 대한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신용 관리를 안해서 신용도가 낮아져도 이자가 내려가는 현 상황을 비판하는 글이 대다수다.

금융사들의 서민대출 출연금 부담도 높아졌다.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재원 마련을 위해 금융권에 출연금을 내도록하는 서민금융지원법이 국회 문턱의 8부 능선을 넘어섰다. 여야가 합의 한 만큼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높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시중은행을 비롯한 보험사·저축은행·여전사 등에서 매년 총 2000억원 수준의 출연금을 지불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강제성으로 부담감이 늘었다는 입장이다.
상호금융기관과 저축은행으로 한정돼 있던 서민금융 출연기관이 은행, 보험, 여전사 등 가계대출 취급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향후 5년간 연 2000억원씩 총 1조원에 달하는 자금출연 부담을 떠안게 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등에 내몰리지 않도록 형평성 있는 금융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포용금융을 강행하고 있지만, 자칫하면 금융사는 수익을 내면 안되고 저신용자등을 대상으로 복지만 수행해야 한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