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광명ㆍ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토지에 10일 용버들 등 묘목이 심어져 있다./시흥=김현민 기자 kimhyun81@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정부가 현행법상 농업인의 기준인 1000㎡ 미만 농지 경작자들도 주말농장 영농활동을 하기 전에 계획서를 반드시 제출토록 관련 제도를 강화한다. 기획부동산 업체의 쪼개기 투기행위를 막기 위해 농업법인 사전신고제도 도입할 방침이다. '농업인' 중심이 아닌 '필지' 중심의 단속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모든 농지를 '농지대장'에 등록하는 방향으로 관리 체계를 개편한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 합동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이 같은 내용의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간 농업인력과 자본을 유입하기 위해 농지취득 사전규제를 완화해왔지만, 한국토지투택공사(LH) 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확산 과정에서 소위 '가짜농부'의 투기 행위를 근절할 제도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주말농장 용도 농지취득시 계획서 제출 의무화

농식품부가 이날 발표한 '농지관리 개선방안' 4대 과제는 ▲농지취득자격 심사 강화 ▲투기우려농지 등 사전·사후 관리 체계 정립 ▲농지 관련 불법행위 제재 강화 및 부당이득 환수제 도입 ▲농지관리 행정 체계 확충 등이다.
핵심은 도시민이 1000㎡ 미만의 주말·체험농장 용도로 농지를 취득하고자 하면 영농거리 등을 포함한 '체험영농계획서'를 의무 제출하도록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지금은 계획서에 해당 정보를 기입하는 게 의무는 아니다. 이 때문에 공무원, 공기관 직원 등은 빈칸으로 두거나 허위 정보를 적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소규모 농지 투기 행위를 잡아내기 어려웠다.
또 농지취득자격 심사용 계획서를 낼 때 직업과 영농경력을 의무 기재토록 한다. 지금은 취득 면적, 노동력·농업 기계 등 확보 방안, 소유농지 이용실태만 적어도 된다. 재직증명서 등 증빙서류도 의무적으로 내도록 한다. 또 농지취득 자격 심의 과정에 10~20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농지위원회를 투입한다. 그간 지자체 담당자가 단독으로 심사해왔으나 투기를 잡아내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았다.
농업법인 사전신고제 도입…기획부동산 '쪼개기투기' 근절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기획부동산법인이 '쪼개기 투기'를 못하도록 농업법인 사전신고제를 신규 도입한다. 진짜 목적은 부동산업 종사인 농업법인을 설립할 수 없도록 제도로 못 박는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업 등 목적 외 사업 영위, 1년 이상 미운영, 시정명령 3회 이상 등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농업법인은 농지를 추가 취득할 수 없도록 금지한다.
투기우려 농지에 대한 단속을 늘린다. 도시 근교에서 신규취득한 투기우려농지는 지자체가 매년 1회 이상 실태조사를 하도록 의무화한다. 지자체 농업법인 실태조사를 3년에 한 번에서 1년에 한 번으로 줄인다.
'사람→토지' 중심 추적시스템 전환…"차명투기 단속 강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후속 브리핑을 하는 모습. 홍 부총리는 농지대장 체계를 확립하면 차명 투기를 좀 더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1973년에 도입한 소유 현황, 이력 등이 담긴 농지 행정자료인 '농지원부 제도'를 48년 만에 '농지대장' 제도로 전면 개편한다. 특정인의 토지 소유 추이가 아닌 해당 토지(필지)의 이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관할 행정청도 '주소지'가 아니라 땅의 '소재지'로 바꾼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인별 조사와 땅(필지) 중심의 조사를 병행하면 차명거래에 의한 투기자들을 예전보다 쉽게 포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땅 중심의 조사는 전국에서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히 의심되는 필지에 대한 기획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지법상 농업인 요건인 1000㎡ 이상만이 아니라 모든 농지를 등록 대상으로 확대한다. 또 임대차 계약 체결 등 농지소유 이용현황 중요사항이 바뀌면 농지 소유자가 의무 신고하도록 한다. 또 농지 특별사업경찰제도를 도입해 위법사항에 대한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한다. 특사경은 위법사항을 검찰에 송치할 권한을 지닌다. 농지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투기농지 즉시처분…이행강제금 토지가액 25%로 상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이 확산된 지역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사후 처벌 강화책도 마련됐다. 우선 투기목적의 농지 취득이 적발되면 1년의 처분의무기간이 주어졌는데, 이 기간을 없애고 즉시 처분하도록 바꾼다. 적발 후 매년 토지가액의 20%를 내야 했는데, 앞으로 25%로 올린다. 농지법상 투기 행위 적발 시 처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는데 이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액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한다.
농지 불법 취득·임대차 중개 행위 등을 광고하다가 위반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농업법인이 부동산업 또는 임대업을 영위하면 과징금을 매기도록 한다. 특히 반복적으로 농업법인을 세웠다가 해체하는 행위를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 농지 불법 임대 적발 시 벌금을 현행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린다.
농식품부는 개선방안을 제도화하기 위해 이달 중 농지법, 농어업경영체육성법, 한국농어촌공사법, 사법경찰관리직무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빠른 시일 내에 개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가 투기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농지법의 기본이념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며 "제도 개선방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농지법·농어업경영체육성법 등 관련 4개 법률의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지법상 농업인 기준 강화법 개정엔 '신중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관심을 모았던 농지법상 농업인 요건인 '경작 면적, 1년 중 경작 일수, 농산물 소득액'에 대한 전면 개정은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농업인 요건은 '1000㎡ 이상 경작, 1년 중 90일 이상 농업 종사, 연 120만원 이상의 농산물 소득 발생' 등이다. 330㎡ 이상의 고정식온실·버섯재배사·비닐하우스 같은 시설을 설치하고 농작물 또는 다년생식물을 재배하는 이도 농업인에 포함된다.
이같이 느슨한 규정은 농지 주변에서 '전속 영농'을 하는 헌법상 '경자유전'(농사짓는 이가 밭을 소유함) 원칙이 유명무실화된 이유로 꼽혀왔다. 기획부동산법인을 활용한 쪼개기 투기 등이 횡행해도 지자체 조사만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부 관계자는 "달라진 농업경영 여건에 맞게 (현행법상) 농업인 기준을 좀 더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러 정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유관 단체 등과 (기준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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