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3.24 10:52

변동성 커진 국채시장…정부, 국고채 30년물 발행 늘릴 듯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미국발(發) 인플레이션 우려에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급등하며 국내 채권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정부가 30년물 등 초장기 국고채 발행비중을 늘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4일 채권시장에서 종가 기준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2.050%로, 국고채 10년물 금리(2.031%)와 1.9bp(1bp=0.01%포인트)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지난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0년물과 10년물간 격차가 약 8~15bp 수준에서 움직였던 것을 감안하면 금리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지난 18~19일엔 10년물 금리가 30년물보다 1.4~1.5bp 높아지며 금리 역전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통상 채권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이 커 금리가 더 높은데, 인플레 가능성에 금융기관 등 투자자들이 국고채 10년물을 시장에서 대거 매도하면서 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1분기 말을 앞두고 RBC(지급여력비율)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험사들 사이에서 30년물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30년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가격상승) 원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정부가 단기적으로 국고채 10년물 대신 30년물 발행비중을 늘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초장기물과 장기물 금리가 꼬이게 되면 금융기관들이 금리를 예상해 투자하기가 쉽지 않아지고, 시장에도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어서다. 보험사나 연기금 등 국내 기관들의 30년물 수요도 꾸준히 많아 소화하는데 문제도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전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고채 시장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국채 발행량의 탄력적인 조정 등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통위원들도 지난달 금통위에서 초장기 국채 발행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예고돼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초장기물(30년물) 국채 발행을 늘리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통상 장기 국채금리 이자비용이 더 높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앞으로 시장금리가 더 올라가는 점 또한 정부에겐 부담이다. 하지만 장기 국채금리는 만기가 길기 때문에 차환리스크가 줄어든다는 강점이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국채 잔존만기(11.31년)가 다른나라보다 긴 편이다. 미국은 단기 국채를 다량 찍어 계속해서 빚을 갚는 구조로 잔존만기가 5.8년, 일본은 8.15년이다.

*자료 :한국은행




한편 정부와 한은 등은 10년물과 3년물 사이 금리가 벌어진 현상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출입기자단과 서면으로 진행된 '현안에 대한 문답'에서 우리나라의 장단기 금리차 확대 속도가 빨랐다고 봤다.
그는 "통상 경기회복기에는 펀더멘털 상황을 선반영해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장단기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고,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3월 들어서는 국내 장단기 금리차 확대가 경기회복 기대 외에 미 국채금리 상승 등 대외요인, 국고채 수급여건 등에도 크게 영향받으면서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던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주요국에 비해서도 장단기금리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시장금리가 지나치게 뛰거나 변동성이 커지면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다. 올해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위한 국채발행 규모가 늘면서 한은은 7조원 이상 국고채를 매입할 수 있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국고채 단순매입 규모는 통화안정증권 발행, 환매조건부채권(RP)매각 및 통화안정계정 예치를 통해 얼마만큼 원활하게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국고채 단순매입은 유동성 흡수 측면에서는 당분간 별다른 애로 없이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발행규모를 조절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단기 금리 변동성 확대 또는 채권시장내 수급불균형 심화 등 대응 필요성이 커지는 경우 이번과 같이 단기적으로 발행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안증권은 한은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금융기관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단기증권이다. 통화량을 줄이려 할 때는 공개시장에서 통안증권을 발행해 매각하고, 반대로 통화공급이 필요한 경우엔 통안증권을 환매하거나 만기 전 상환하는 방식으로 통화량을 조절한다.
한은은 지난 17일 2년물 통안증권 입찰 규모를 2조2000억 원에서 1조1000억 원으로, 오는 22일 1년물 입찰 규모를 60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각각 절반 규모로 축소한 바 있다. 통안증권 발행규모를 줄이면 채권시장에 발행물량이 줄어 채권값이 상승(채권금리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를 넘어서는 등 국채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채권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발행규모를 조정해가며 투자심리를 높이고 금리변동성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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