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3.11 08:51

'韓 소형 원자로' 사우디 수출 지지부진…소형 원전 경쟁력도 밀리나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주상돈 기자] 한국이 독자 기술로 세계 최초 개발한 시스템 일체형 원자로인 'SMART(스마트)'의 해외 수출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원전 주요국이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탈원전에 밀려 투자를 게을리 한 탓에 대형 원전에 이어 소형 원전 경쟁력까지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다목적 소형 원자로 스마트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을 위한 한국·사우디 합작사 설립이 1년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 개발을 시작해 2012년 표준설계인가(SDA)를 받은 100㎿급 소형 원전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원전 주요국보다 앞서 일체형 원자로 SDA를 획득해 중소형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해외수출 기반 역시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사우디에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현지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2015년 사우디에 스마트 2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같은 해 12월부터 3년간 건설 전 설계(PPE) 사업에 양국이 총 1억30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그동안 공을 들여왔던 소형 원전 해외수출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1년이 지나도록 합작법인 설립조차 못하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사우디 내부 사정으로 법인 설립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 코로나19 확산 등이 사업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사우디 원전 수출은 양국이 공동으로 추진중인 스마트 표준설계인가와 병행해 추진되고 있고, 향후 합작법인인 스마트 EPC 설립도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스마트의 사우디 수출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스마트는 이미 1990년대 중반 개발을 시작한 모델로 미국 SMR 개발사인 뉴스케일 등 경쟁국 모델 대비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스마트 고도화에 배정한 예산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35억원, 65억원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짓지 않은 원전으로 상업운전 경험이 없다는 점도 지적받는 부분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뒤늦게 한국형 혁신소형모듈원자로인 'i-SMR' 개발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스마트를 이을 차세대 SMR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8년간 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상반기 내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하고 세부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반면 우리와 경쟁하는 원전 주요국은 SMR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SMR과 차세대 원자로 지원에 7년간 32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영국도 5년간 2억파운드를 투자해 SMR을 최대 16기 건설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놨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SMR은 특히 원자로 크기가 작아 사고시 방출되는 방사성물질의 양,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붕괴열이 적고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초기 투자비가 적고 단순 설계로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주요국이 SMR 건설을 확대함에 따라 영국원자력연구원(NNL)은 SMR 설비 용량이 오는 2035년 65~85GWe(1Gwe는 원전 1기 설비용량)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대형 원전 기술을 바탕으로 소형 원전 기술 개발을 발전시키고 해외 수출 등 시장을 선점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형 원전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미국 등 주요국 대비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판단"이라며 "그동안 우리가 쌓아 온 기술개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안전성, 탄력적 운영, 분산전원 등의 장점이 있는 소형 원전 기술을 진일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성풍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몇년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그동안 우리가 축적한 원전 경쟁력이 크게 후퇴했다"며 "원전은 탄소제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만큼 탈원전 정책을 이제라도 되돌리고 SMR 투자 역시 확대해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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