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서정 청와대 일자리수석(왼쪽)이 지난달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일자리는 민간기업이 선도해야 한다. 특히 벤처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규제에 대해 고민하고 청년들이 창업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임서정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제2의 벤처붐' 조성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에 예고 없이 깜짝 등장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 속 청와대가 벤처업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벤처기업은 최근 민간 일자리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벤처투자액이 사상 최대(4조3000억원)를 기록하고, 벤처 일자리는 전년 대비 5만3000개 늘어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 기업가정신 함양, 해외투자 유치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 수석은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전후 한국 벤처붐의 평가와 미래 과제' 토론회에 청중으로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 차관에서 청와대 일자리수석실로 자리를 옮긴 그는 벤처업계 관련 현장 방문은 처음이라고 했다. 임 수석은 2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회를 끝까지 경청한 후 아시아경제와 만나 "일자리는 민간이 선도해야 한다"며 "특히 벤처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벤처업계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분야이고,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전망과 분위기를 보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방식으로 도와줄 수 있을지 살펴보고, 규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면서 "청년들이 창업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연구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벤처생태계 발전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육성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디지털 변혁과 비대면 경제 가속화, 바이오·의료 분야 수출 증가 등도 벤처 생태계의 활력을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자본의 초기벤처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인재 유입, 외국계 투자자본 유치 등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전후 한국 벤처붐의 평가와 미래 과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병학 본부장(한국벤처투자), 심경섭교수(단국대), 이영민 대표(한국벤처투자), 강삼권 회장(벤처기업협회), 나수미 연구위원(중기연), 김용진 교수(서강대), 한정화 회장(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배종태 교수(KAIST), 이춘우 교수(서울시립대), 송창석 교수(숭실대), 권해원 대표(페이콕), 이동주 원장 직무대행(중기연).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콕'의 권해원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규제"라고 단언했다. 그는 "창업 후 3년 가까이 기술개발(R&D)만 했다"며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면 불법이어서 규제가 풀어지기만을 기다렸다"고 털어놨다. 2019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사업 활로가 뚫리면서 외국자본의 투자를 받고 해외 진출도 가능케 됐다고 전했다. 권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과 MOU(업무협약)를 맺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에서 상용화되는 것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국내 핀테크 기업의 기술력은 이미 높게 평가받고 있어 규제만 풀어주면 해외 진출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했다.
기업가정신 함양은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기 위한 또 다른 원동력이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는 "스타트업,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선 기업가정신이 토대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기업가정신 모니터링 사업'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수는 28.43으로, 전세계 32개국 중 19위에 그쳤다. 칠레(18위, 29.43), 포르투갈(19위, 27.68)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업가정신 1위 국가는 스위스(41.20)가 차지했고, 핀란드(39.41) 미국(39.29) 네덜란드(38.61) 순으로 나타났다. 김용진 교수는 "기업가정신 교육 대상은 대부분 대학(원)생으로 기업가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기술집약적인 벤처기업들은 인력을 구하기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인공지능, 데이터 분야 전문가 육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2020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이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직종은 '연구·개발(72.1%, 중복응답)'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생산·품질(51.5%), 홍보·마케팅·영업(40.8%), 인사·총무(12.6%) 순이었다.
벤처생태계의 다양성도 중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나수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유니콘 기업 분야가 전자상거래와 소매업 위주"라며 "기업가치가 높은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기업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창업자의 92.8%가 남성인 만큼 다양성 측면에서 여성이 창업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며 "성별뿐만 아니라 여러 기술 영역과 분야에서 창업 붐이 일어나야 한다. 정부 정책도 창업 유형의 다양성을 확보해주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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