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3.31 00:00최종 업데이트 15.04.17 09:35

제보

전자담배 보도, 선한 목적을 위한 '흐릿한' 정보는 옳은가?

단국의대 정유석 교수

선한 목적을 위해 악한 수단이 정당화되는가?

 

이는 도덕과 윤리학의 오랜 물음이다.

칸트같은 의무론자들은 '절대불가'를 외치겠지만, 공리주의자들은 결과가 중요하므로 수용 가능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환자가 술을 끊도록 간기능결과가 실제보다 나쁘다고 말해달라는 보호자들을 종종 만난다.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에게도 비슷한 고민이 있는 듯 하다. '금연 10년이면 비흡연자처럼 건강'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금연을 촉구하는 선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아니다.

흡연의 주 타겟인 폐는 횡경막안에 갇힌 closed system이다.

따라서 오랜 세월 폐포안에 쌓인 담뱃진이 금연 후 객담으로 100% 배출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피우신 흡연독성은 사실 평생 없어지지 않습니다"를 제목으로 쓴다면 금연하려는 흡연자에게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테니 고민인 것이다.

 

'전자담배, 일반담배보다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 10배 많아' 얼마 전 인터넷을 달구었던 기사의 제목이다.

전자담배에 일반담배보다 10배나 해로운 독성물질들이 들어있다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런 제목을 뽑은 데스크는 전자담배도 연초담배 못지않게 해로우니 생각도 말라는 주장을 하고 싶은거다.

이 기사의 정확한 팩트는 이렇다. 일본의 한 전자담배 제품의 액상에서 포름알데히드라는 특정 성분이 일반담배보다 10배 많이 검출 됨.

그러나 이 밖의 다른 독성물질은 일반담배의 0.03-0.001 수준임.

 

최근 해외에서 개최된 세계금연대회에 가보니 몇 년전만해도 작은 방에서 관심있는 소수만의 토론거리였던 전자담배가 가장 큰 홀에서 메인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자담배의 점유율이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우려와 염려 일색이던 발표분위기는 이제 이 묘한? 제품의 선한 영향력과 가능성에 대한 견해들이 만만치 않게 나오는 분위기였다.

 

이제 우리 사회도 끊든지, 그대로 망가지든지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덜 해로운 니코틴중독'이라는 제 3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조심스럽게 시작할 때가 되었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100% 선한 영향력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일부의 선함과 일부의 해로움은 언제나 공존한다. 성숙한 사회의 대응은 선함을 극대화하고 해로움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편견일 수 있는 위험성을 애써 강조하고자 객관적인 데이터를 흐리는 것은 미봉책일뿐 오래 갈 수는 없다.

전자담배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부작용을 무리하게 강조하기 보다는 위험성과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선함의 극대화와 해로움의 최소화 방안은 이렇다.

(1) 전자담배의 액상과 기계부분의 안전성과 표준화를 최대한 확보할 것

(2) 청소년과 비흡연자의 진입을 적극적으로 억제할 것

(3) 반복적으로 금연에 실패하는 고도 중독자에게 해악 경감의 차원에서 지혜롭게 활용할 것

 

혹시 아는가? 머지않아 안전하고 조금만 해로운 전자담배로 인해 연초담배의 종말을 고할 날이 현실화될른지.

 

#담배 #전자담배 #흡연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