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24 06:16최종 업데이트 23.05.24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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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은 비대면 초진 금지? 사실 아니라는 산업계∙법조계

23일 원격의료학회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관련 논의…환자중심 논의 부족 지적도

닥터나우 임경호 부대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백남종 교수, 웰트 강성지 대표,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이 채 1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의료계·산업계·환자단체 등이 제도화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복지부는 최근 재진·의원급·만성질환 환자를 중심으로 하고 약 배송을 제외한 시범사업안을  내놨지만, 최종안이 아니라며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23일 서울의대 암 연구소 이건희홀에서는 한국원격의료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열렸다. 가장 관심을 끈 건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관련된 세션이었다.
 
이날 산업계와 법조계에선 G7 국가 대부분이 초진을 금지하고 있다는 게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논의의 중심이 환자가 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육아∙직장생활로 병원 못 찾는 국민들 소외…G7 대부분 초진 금지 사실 아냐

발제자로 나선 닥터나우 임경호 부대표는 한시적 허용 때보다 대상 환자가 대폭 줄어든 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을 비판했다. 특히 재진 만성질환 환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시범사업으로는 비대면 진료를 유용하게 이용하던 환자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단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비대면 진료를 기존 처방약을 사실상 리필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국민도 있지만, 육아·직장생활·자영업 가게 운영 등으로 시간 제약이 있다보니 빠르고 간편하게 플랫폼을 이용하는 국민이 있단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해서 제도나 정책에서 일방적으로 소외시키는 건 옳은 결정이 아니다”라고 했다.
 
임 부대표는 G7 국가의 초진 허용 여부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연구소의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각국 로펌에 의뢰해 받은 답변을 기반으로 반박했다.
 
그는 “G7 국가 중 이탈리아를 제외한 국가가 모두 비대면 진료를 통한 새로운 진단을 허용한다”며 “우리나라와 달리 초·재진 정의조차 없는 국가가 대다수였고 일본·프랑스 등도 초진 시 대면을 권고할 뿐 규제하지는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서조차 주치의가 아닌 의사와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었고, 이미 진단 내려진 질병에 대한 비대면 진료만 허용하는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가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부대표는 “다른 나라들에선 포지티브 방식의 과도한 규제보다는, 의료 전문가 단체의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과 진료 현장에서 의료인의 전문적이고 자율적인 판단을 통해 환자에게 최선의 결정이 이뤄지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시범사업안이 개선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 역시 제도화 논의가 사실에 기반해 이뤄져야 한다며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했던 G7 초진 허용 여부 조사 결과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정연은 일본의 경우 단골의사 제도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재진이라고 정리했다”며 “하지만 일본은 단골의사가 없는 환자는 다른 의사에게 초진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고, 단골의사가 있는 환자라도 여러 예외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정연은 프랑스, 독일도 초진 대면 원칙이 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며 “반드시 외국의 사례대로 할 필요도 없지만, 다른 나라들의 경우 비대면 진료를 그렇게 반대하거나 초진은 대면을 하도록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반대 이유 '밥그릇' 솔직해야"…환자단체 "접근성 떨어지는 환자부터"

원격의료학회 백남종 부회장은 그간 비대면 진료 논의가 외래 진료에만 치중돼 아쉬웠다면서도 시범사업이 시작을 앞두고 있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가 외래 진료에 한해 의논돼고 정작 뒷단에 있는 비대면 진료의 많은 효용성은 의도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외래 외에도 모니터링과 미래의료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에 기본이 되는데, 첫 단추를 못 끼우고 공전을 하다가 어떤 형태로든 시범사업이 열리니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는 초·재진을 떠나서 현재의 의료 패턴에서 의사들이 기존에 환자들에게 해주지 못했던 걸 더 제공하게 해줄 가능성이 많다”며 “비대면 진료가 모니터링까지 잘 연결되면 환자가 지내온 이력을 더 잘 파악해 조언과 관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웰트 강성지 대표는 의료계가 ‘국민건강’을 비대면 진료 반대 이유로 드는 데 대해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강 대표는 “의료단체는 반대 이유로 국민건강을 내세우는 데 공감이 하나도 안 된다”며 “밥그릇을 잃을까 우려스럽다라고 얘기하는 게 문제 해결을 위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자꾸 빙빙 돌리면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대면이냐 비대면이냐를 놓고 과열된 현재 논의는 환자를 중심에 두고 있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병원 안팎을 가리지 않고 상시 관리를 받는 상시 의료라는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상시 의료를 통해 의학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면 그 변화를 감당한 데 대한 대가는 충분히 보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를 ‘접근권’ 차원에서 보고 있다며 병원을 찾기 힘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제도화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환자 안전과 의료 질 측면 등에서 대면 진료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 대표는 “비대면 진료 관련 토론회에 처음 나갔던 게 10년도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입법화가 안 됐다”며 “이제는 지리적으로 병원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신체적으로 내원이 극히 힘든 환자들부터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입법화를 위한 시범사업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한시적 허용이 된 3년간 의료사고가 없었다고 하지만, 대면 진료에서도 의료사고가 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슈화가 되지 않았을 뿐 의료사고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며 “초진은 엄격하게 해야 하고, 재진이라도 대면 진료간 텀이 너무 긴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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