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2.08 06:34최종 업데이트 18.12.0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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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진료 유도하는 경향심사, 의학적 판단에 따른 적정 의료수준 보장해야

[특별기고] 김기범 전북의사회 보험이사

※이번 특별기고는 언론과 연구 자료를 근거로 해서 '전북의사21' 11월자에 실었던 글을 재편집했습니다. 또한 경향심사제도는 아직 발표된 고시가 없으므로 향후 시행될 실제 모습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9월 19일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을 통해 경향심사제의 방향을 공개했다. 개편안은 우선 환자, 질환, 항목, 기관 등 각 주제별 분석지표 개발하고, 여기서 개발된 지표로 변이가 감지되는 요양기관을 심사 지원 및 삭감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청구시점에는 필수사항만 점검 심사하고, 대신 심사 결정후에 분석지표에 따라 기관별 진료경향을 관찰해 이상이 있는 감지기관을 심층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경향심사 제도란 무엇이고 의료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까지 나온 자료를 종합해서 정리해봤다. 
 
경향심사, 건별 심사제도에 평균진료 지향하는 심사 
 
2017년 8월 25일 - ‘심사·평가 시스템 개편 추진.방향’ 발표(경향심사제 포함)
          12월 13일 - 심평원내에 '의료이용 통합 모니터링단' 구성.
2018년 4월 - 경향심사제 관련 연구용역 발표.
                  ‘기준비급여 급여화에 따른 진료비 심사관리 방안’ 연구 발표.(박춘선)
                  ‘합리적 의료 비용 운영을 위한 진료비 심사체계 개선 방안’ 연구 중간발표.(윤석준)
          5월 8일 -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내에 심사체계 개편 TF팀 신설.
          8월 3일 - 2019년부터 상복부초음파·MRI검사 경향심사 시행 발표.
          9월 19일 - 심평원, 심사체계 개편안 공개(동료의사 평가제 발표)
        11월 19일- 시범사업 추가 5개 항목(당뇨, 고혈압, 천식, 만성폐쇄성 폐질환, 슬관절치환술) 발표

이번에 심평원이 발표한 심사체계개편의 핵심은 기존의 건별심사에서 주제별 경향심사로 전환하고, 그 결과 전문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의료기관에 대해 ‘동료의사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즉 경향심사제는 전체적인 흐름을 검토해서 평균치에 벗어나는 결과가 나오는 기관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는 방식을 말한다. 심평원이 정하는 적정한 수준 내의 진료 청구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전문심사가 필요하면 동료의사들에게 평가를 맡겨 책임지게 하겠다는 데 있다.
 
경향심사제의 표면적인 이유는 최근에 의학적 비급여(특히 기준비급여)의 급여화로 심사해야 하는 항목이 대폭 증가했다는 데 있다. 기존의 청구건별, 개별행위별 심사를 진행하기에는 인력과 비용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현재의 경향심사제도의 방향을 보면 의료의 자율성과 적정한 의료수준을 보장하려고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경향심사제도는 의도적 허위·부당 청구에 대해 규제자 중심의 낭비를 관리하는 형태인 현재의 건별 심사제도에 평균진료를 지향하는 심사방법을 추가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의료정책의 변화에 따라 MRI나 초음파 등 필요성은 인정되나 재정 등의 이유로 일부만을 급여로 적용 중인 의학적비급여 중에서 기준비급여 480여개 항목을 우선 급여로 전환한다. 

정부는 이런 기준비급여의 전환 비용으로 약 3조 8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고 고가 항암제, 로봇수술 등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등재비급여까지 추가로 급여화하면 2조 5000억원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의학적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한다면 의료 제공량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고 정부는 이를 우려하고 있다. 

경향심사, 진료 패턴을 평균점에 수렴하는 것이 핵심 

'기준비급여 급여화에 따른 진료비 심사관리 방안 연구'에 따르면, 경향심사의 궁금적인 지향점은 진료패턴을 평균점에 수렴하는 데 있다. 궁극적으로는 좁혀진 변이의 진료패턴을 ‘심평원이 지향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을 보면 진료패턴 모니터링(경향파악), 의무기록기반 전문심사, 표본심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심사기준 공개, 심사적용 결과 공개, 전문가중심 적응증 개발, P4P(pay for performance, 가치기반의 지불제도) 등과 연계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결국 전산심사의 일관성, 투명성, 전문성 이슈를 재고한다는 명분 아래 진료량의 변이를 줄여 총량을 쉽게 제한하고자하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심사체계가 진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P4P와 연계해 진료의 질을 유지하는 목적이 있다.

경향심사는 일단 일정 기간의 자료를 누적해서 진료경향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관단위로 심사하게 된다. 모니터링으로 과잉 진료경향을 보인 의료기관은 의무기록 기반의 전문 전수심사를 받게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과잉진료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발표된 적은 없다. 그러므로 위의 연구를 근거로 보면 일반 수준에서 벗어나는 과잉이란 임상적 과잉진료와 낭비적 운영 등 2가지 방향으로 나눈다. 
 
 MRI로 예를 든 일반수준에서 벗어나는 과잉진료 
▲ 임상적 과잉진료 영역 - 특수 및 기본검사 동시시행 비율, 다부위촬영 비율, 척추부위 CT 및 MRI 중복검사 비율, 요통환자에서의 MRI 촬영비율, 반복 재촬영 주기, 위암환자의 촬영 비율 
▲ 낭비적 운영 영역 - 기관이동에 따른 재촬영, MRI 검사 단순 입원 비율, 촬영횟수 초과비율, 질환별 열외군 환자 진료비율 등을 포함.
▲ 기준점에 한 가지라도 초과하는 기관의 경우 전문심사 대상으로 선정.

MRI의 경향심사 사례만 보더라도 10여 가지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기준점에 한 가지라도 초과하는 기관의 경우 전문심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심평원은 경향심사제를 시행하면서 표본심사도 같이 시행한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HIRA 12권 4호에는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센터(CMS)가 수행하는 표본심사제도와 자발적 공개 프로그램의 개요 및 시사점’이라는 글이 실렸다. 이 글에서는 표본심사를 통해 지불오류율을 산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잠재적으로 부적절한 지급가능성이 높은 건을 우선적으로 심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표본심사는 자료의 정확도 여부 확인 및 지표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표준편차 안에 들어가는 정상적인 의료기관에서 시행한다. 전산심사에서 별 문제가 없고, 경향파악에서도 지표가 평균에 가까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무기록 기반의 전수심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미 정상적으로 진료하고 있다고 보이는 의료기관을 표본조사라는 명목 아래 감시함으로써, 표본심사는 항목별로만 시행하는 전문심사에 비해 더 많은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모니터링으로 과잉 진료경향을 보인 의료기관은 의무기록 기반의 전문 전수심사를 받게 된다. 이는 '동료의사평가제'를 통해 시행한다. 공개된 동료의사평가제 로드맵에 따르면, 의료계 대표 등으로 구성된 전문분과 심의위원회(Special review committee, SRC)와 전문분야, 지역‧권역별 동료심사평가위원회의 2단계 의사결정체계로 운영한다. 전문분과 심의위원회는 공급자 단체를 포함한 의료계 대표 및 심평원으로 구성된다. 전문 분야는 관련 학회, 지역분과는 지역의사회와 함께 구성한다. 심평원은 사실상 전문심사위원회가 경향심사를 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향심사 제도 도입 전에 고려해야 할 점들 

경향심사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점을 보면 첫째, 의학적 적정성을 보장하는 심사기준 도입이 먼저다.
 
평균진료를 지향하는 심사는 더욱 새로운 의료기술의 도입을 어렵게 한다. 심지어 기술개발의지도 꺾을 가능성이 있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급여되는 의료행위, 의약품, 치료재료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급여기준은 현재 그 범위와 속도를 포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심사체계를 변경하기 전에 의학적 적정성을 보장하는 심사기준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 현재 원가 이하로 보상하는 시스템에서 평균진료를 지향하는 제도를 추가한다면 그나마 제대로 평가 받는 부분까지 원가이하의 진료를 강요받게 될 수 있다.  

둘째, 의료정보의 집중에 대한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반수준 이상의 과잉진료’와 ‘표본심사’를 위해 ‘의무기록 기반의 전수조사’를 한다고 한다. 이 때 ‘의무기록기반의 전수조사’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직 정확하지 않다. 

현지조사처럼 의료기관을 직접 여러 명이 병의원에 며칠간 머물면서 의무기록을 확인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의무기록 기반의 심사를 위해 환자의 의무기록 전체 또는 일부를 전산으로 전송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현재도 심평원은 전 국민의 의료기관 방문기록 및 처방기록 등을 보유하고 DUR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상병코드와 처방기록을 보유하는 것과 환자와 의사간의 대화가 포함된 기록까지 확보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국민들도 어느 누군가가 자기가 병원에 방문해 세세하게 상담한 내용이나, 진찰소견, 검사수치 등을 읽어본다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약 처방일수와 내원일수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평균을 지향하는 심사는 지역적, 사회적 특성, 청구 특성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의료기관에만 전가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내과는 다른 과목에 비해 고령 환자 및 만성질환의 특성으로 인해 복합처방 및 장기처방이 많다. 지역적으로 고령 환자가 많은 의료기관은 내원일이 많고, 약 개수가 많다. 

고령 환자는 다양한 동반 질환으로 인해 한 번에 처방받는 약제 갯수도 많고, 걷기가 불편해 다시 병원에 오기 힘들어 처방날짜도 길다. 또한 소득편차에 따른 지역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서는 동일한 질병을 가지더라도 매우 다양한 임상적 양상을 보이고 예후도 다양하다. 이 때문에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내용과 양에는 차이가 난다. 또한 의사마다 동일한 질병이더라도 청구 상병명을 다르게 청구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넷째, 평균적인 진료 지향으로 인해 전문병원이 타격받을 가능성이 있다. 획일화된 체제 하에서는 다양한 환자들의 개인 특성을 고려한 의사의 맞춤형 소신진료는 과잉진료로 분류돼 규제 대상으로 될 수 있다. 특히 한 방향으로 특화된 전문의원이나 전문병원은 우선적으로 표준편차에서 벗어나 보여, 전문심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관리대상으로 선정되지 않기 위해서 결국 일당 진료비나 내원일수 등을 평균으로 조정해야 한다. 결국 이 제도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고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의료기관이 평균적인 의료서비스를 강요받으면 적극적인 진료를 하지 못함으로써 오진의 위험에 노출되고, 그 위험은 오직 의사가 혼자 책임져야 한다.

다섯째, 가치기반의 지불제도(P4P, pay for performance) 도입에 따라 행정 부담이 예상된다. 경향심사는 진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P4P와 연계해 진료의 질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다. 이런 가치기반의 평가를 위해서는 청구명세서의 변경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의사가 직접 입력해야 할 항목이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고혈압은 혈압수치, 당뇨병은 당화혈색소 수치 등이다. 또한 의무기록 심사를 받게 되는 경우에 의료기관이 직접 의무기록을 전산으로 또는 출력해서 심평원으로 보내야 할 수도 있다. 평가항목에 따라 행정부담 요소는 아주 다양하게 변경될 수 있다. 시범사업에서는 몇 가지만 입력하겠지만, 본격적으로 경향심사가 시작되면 질병별로 입력해야 할 경우의 수가 많아지고 이에 따른 행정부담이 점점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의료계, 경향심사에 대한 면밀한 분석 필요 

경향심사제가 의도적인 허위청구, 부당청구 의료기관 만을 제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타 유사 의료기관과 비교해 상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의무기록 기반의 전문심사를 받는다는 것은 경향심사가 단순히 부당청구기관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상위 청구기관 위주로 삭감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결국 경향심사제가 진료의 총량을 제한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든다. 

충분하고 적정한 진료를 하고도 전문심사에 노출되지 않도록 일부러 과소 청구를 하는 병의원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경향심사 결과만으로는 위법성을 판단하고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의무기록의 전수심사가 결국에는 현지조사를 대체하는 새로운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이 제도에 따른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은 예상하기도 힘들다.

우선 각 학회에서 개발하는 임상진료지침 마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실제 지표에 반영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본격적인 경향심사가 진행되기 전에  현재의 심사기준이 의료현실에 맞도록 심사기준의 합리적인 변경 작업을 먼저 추진하고 지속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의무기록 기반의 전수조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질의해야 한다. 전 국민의 의료정보 빅데이터가 한곳에 집중됨에 따르는 부작용을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경향심사가 합리적인 지표로 진행되도록 충분히 사전에 전문가적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정부가 심사체계 개편에 진정성이 있다면 여론이 아닌 전문가 중심의 전문위원회를 통해 심사기준개편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원가 이하의 급여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안한 후에 ‘평균을 지향하는 심사체계개편’을 진행해야 한다. 

의료계는 앞으로 경향심사에 대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경향심사가 문제가 있다면 확실한 근거 등을 제시하고 공개적인 질의를 통해 막아야 하다. 그러나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시행해야 할 제도라면 방향성을 빨리 점검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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