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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데이터 분석하는 의사입니다"

    [딴짓]아주의대 의료정보학과 한현욱 교수

    생물정보학에 대한 호기심이 의사의 길 열어줘

    기사입력시간 17.06.15 06:06 | 최종 업데이트 17.06.16 12:13

    사진: 아주의대 의료정보학과 한현욱 교수(MD, M.S. CPBMI, 네트워크 의학 전문가) ©메디게이트뉴스

    ICT 융합 혹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따라오는 단어 중 하나인 '빅데이터'.

    이 빅데이터의 혜택을 본 이들 중 한 명이 다름 아닌 아주의대 의료정보학과 한현욱 교수다. 이제는 "저는 헬스케어 빅데이터 하는 사람(의사)입니다”라는 한 마디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가 하는 일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는 컴퓨터공학(데이터베이스 전공)과 의학을 동시에 전공하고 의료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국내 몇 안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그가 연구하고 있는 '의료 정보학'은 환자의 질병, 치료 및 생체신호 등에 관한 임상 데이터와 병원정보시스템(HIS) 기술을 위주로 하는 '임상정보학' 분야와 유전체의 서열과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주로 연구하는 '(분자)생물정보학' 분야로 나뉜다. 

    그동안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해오던 이 두 분야가 최근에는 상호보완적으로 융합되어 가고 있는 추세인데, 한현욱 교수는 이 두 분야의 경계에서 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그가 속한 아주의대 의료정보연구센터는 ▲보건의료 분자 및 임상 데이터를 이용한 질환 네트워크 구축과 해석 ▲공통데이터모델(CDM)의 확장(유전체 데이터 저장) 모델 개발 ▲분자 및 임상 데이터를 이용한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기술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주력으로 연구하고 있다. 

    ICT 융합을 외치는 요즘, 희소 가치가 전에 없이 높아보이는 한현욱 교수에게 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이야기와 공학 석사까지 마친 그가 의사가 된 사연을 들어봤다.

    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 뜨거워

    최근에는 의료정보학, 구체적으로는 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과히 뜨겁다 할 만하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복지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구비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주관으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의료정보 관련 국책과제가 나왔다.

    앞으로도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을 비롯해 복지부, 산업자원부 등에서 줄줄이 보건 의료빅데이터에 관한 크고 작은 과제가 대기 중이다. 아주의대의 경우 의료정보 분야에 적극 투자해온 덕분에 국책과제 수주에 유리한 입장이다.

    정부기관 외에 삼성, SK 등의 대기업과 외국의 크고 작은 글로벌 제약사에 이르기까지 민간 기업도 아주의대 의료정보학과에 협업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아주의대 의료정보학센터가 외부기관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로는 클라우드 기반의 의료정보 공유시스템 개발, 데이터 기반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구축,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한 질환네트워크 구축, '열나요' 앱을 활용한 실시간 독감예측 인공지능 연구, 건강검진 자료와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한 연계 분석 파이프라인 확보, 유전체 공통자료모델(GCDM) 개발, 약물교란 유전체 분석 등이 있다.

    아주의대 의료정보학과에는 3명의 전임 교수(본인 포함)를 비롯해 대학원생과 연구원, 행정직원을 포함해 40명이 넘는 인력이 포진해 있는데다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을 추가로 더 채용할 계획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의료정보학 분야의 단일 연구팀으로 세계적인 인프라를 이미 갖췄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세 명의 전임교수는 빅데이터의 세 꼭지인 임상데이터(박래웅 교수), 유전체데이터(본인) 및 라이프로그 데이터(윤덕용 교수)의 공통자료모델(CDM) 연구를 각각 책임지고 있다.

    이 외에도 개인적으로 네트워크의학이라는 고유 연구 영역을 갖고 있는데, 이는 질병 발생과 유전체와 약물 반응 등에 대한 메커니즘을 오브젝트들의 상호관계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진: NETSCI에서 연구원들과 함께(한현욱 교수 제공)
     
    "미래에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전문 분과가 생길지도 모를 일 

    '의료 빅데이터'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유전체 빅데이터는 그동안 자연과학분야의 생물정보학 전공자들이 주도해오면서 인력풀이 어느 정도 형성된 반면, 의대(의사)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임상 빅데이터 분야의 연구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국내의 경우 생물정보학과 임상정보학의 인력풀 비율이 20:1 정도로 볼 수 있다. 

    의대 전임 인력으로서 공학적 지식을 겸비한 의사이자 의료빅데이터 전문가는 아주의대의 박래웅 교수와 서울의대의 김주한 교수를 국내 1세대로 꼽을 수 있다. 본인은 의료정보학분야의 1.5세대, 그리고 지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2세대 정도라고 볼 수 있는데 확실히 전에 비해 여건이 좋아진 걸 느낀다. 

    미래 의료는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분명 지금과는 또 다른 변화를 겪게 될 거라 생각한다. X-ray의 발견이 지금의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만들었고, 현미경의 개발이 병리학과 전문의를 만들었듯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위한 전문 분과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 빅데이터 시장이 연간 15~20%씩 성장하고 있다고도 한다.

    최근에는 대한의료정보학회에서 정보의학인증의(CPBMI)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교육 기간(1년)과 난이도(팀프로젝트 및 시험)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국에 100명 이상의 의사들이 인증의를 획득하기도 했다.

    향후에는 '의료정보학과를 가진 의대냐 아니냐'가 연구비 수주의 규모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도 막대한 국가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는데, 아주대와 같이 의료정보 분야에 미리 투자한 학교만이 수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임상 빅데이터 분야에 있어서도 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관련 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제는 의학회 차원에서 학교와 병원 인증에 있어서 의료정보학과 개설 여부를 논의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사진: 한현욱 교수가 강의하는 모습(한현욱 교수 제공)

    빅데이터를 활용한 '질환 네트워크 모델', 상업화 눈앞

    공대의 피가 섞인 탓인지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언젠가는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연구실 창업을 통해 연구 결과를 상업화할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에 우리 연구실에서 개발해 특허 취득과 논문 발표를 준비 중인 질환 네트워크 모델을 한 기업(미소정보기술)의 임상데이터웨어하우스(CDW) 솔루션에 포함시키는 전격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우리가 만든 걸 어떻게 상업화 할까 고민하던 중 무턱대고 미소정보기술 안동욱 대표에게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다. 그냥 만나기가 어색해 특강을 부탁하긴 했는데 사실 그보다 우리 기술을 설명하느라 목이 다 쉬어 버렸을 정도였다.

    안동욱 대표는 그때까지만 해도 나를 평범한 임상의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술을 설명할 때 전부 IT 용어만 사용하고  IT보다 더 IT스러워 보여서 당황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우리 기술보다 나의 정체성에 대해 관심을 더 보였는데, 지금은 우리 기술의 상업화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사진: 질환네트워크모델 예(출처: JISC, 한현욱 교수 제공)

    생물정보학 청강으로 시작된 호기심이 의사의 길로 이끌어

    학부와 석사를 컴퓨터공학, 그 중에서도 데이터베이스를 전공했다. 석사과정 때는 현재 SAP의 전신인 하나(HANA) DB의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의료 및 생물정보학에 관한 강연을 우연히 듣게 됐는데, 인체로부터 생산되는 데이터가 매우 다양하고 방대하다는 것에 놀랐다. 이것을 계기로 이 분야에 작은 호기심이 생겨났다.

    박사과정 진학을 생각하던 터라 자연스럽게 이 분야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점점 더 흥미가 생겨 결국 호기심을 넘어 섰다. 

    연고가 없음에도 외국의 관련 연구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 노력을 가상히 여겼는지 몇몇 연구자로부터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언은 이 분야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결국 의학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여러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의학공부 후에 박사 진학'이라는 인생 목표를 다시 설계해야겠다고.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다. 그 당시 의대 진학은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의대 공부가 그렇게 힘들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서른이 넘은 아들의 취직과 결혼을 기다리던 부모에게 의대 진학이라는 선전포고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남들이 하는 평범한 임상의사가 아닌 돈 안되는 연구자의 길을 간다는 걸 알리는 것은.
     
    하지만 차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의학공부를 시작하면서 단 한 번도 본래의 목표(의료정보학 및 네트워크 의학 연구)를 잊은 적이 없었다. 박사 과정에서는 의학과 컴퓨터를 융합한 의료정보학을 전공했는데, 이미 컴퓨팅 기술과 의학의 학문적 특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기에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의대생 후배들에게…"남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갖지 말기를"

    나는 사실 미래에 대한 전망을 보고 시작한 게 아니라 그냥 좋아해서 의료정보학을 공부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세상이 이렇게 될지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빅데이터란 얘기가 나오고, 인공지능 이야기가 유행했다. 나는 원래 하던거였는데.
     
    의대생들의 특징 중 하나가 남이 안간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많다는 거다. 공대생은 석박사로 경영학을 공부하기도 하고, 문과생들은 컴퓨터 공부를 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약대 출신들도 약국이 아닌 연구소나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꽤 된다.

    그러나 유독 의대생들은 임상의사의 길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의대 교육과정도 온통 임상의사가 되는 것에만 집중이 되어 있다. 
     
    여기서 벗어나 자신이 정말 흥미와 보람을 느끼는 것을 찾아서 했으면 좋겠다. 취미도 직업이 되면 재미가 없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뚜렷한 소명 의식이 없다면 보람 없이 하루에 수십 혹은 수백 명의 환자를 보는 기계적인 삶을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의료정보학을 연구하고 싶다면 의학지식이나 생물학지식, 전산 지식뿐만 아니라 물리학, 통계학, 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컴퓨터공학, 생물학, 경영학, 수학 출신 등 다양한 전공 학생들이 들어오고 있는 실정인데, 의학 전공자들 중에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참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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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원 (jwlee@medigatenews.com)

    새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