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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니? #1.

    "의사가 돈 없는 환자를 위해 수술비를 깎아줄 수도 있는거지, 사람이 야박허게 말여. 내가 급여 1종이여, 급여 1종!"

    기사입력시간 19.07.12 14:09 | 최종 업데이트 19.07.13 14:06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니? #1.


    환자를 진료하면서 가장 하기 싫은 얘기가 돈 얘기다.
    내가 아직도 씹선비 기질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좆도 없는게 선민의식만 잔뜩 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환자와 이건 얼마고, 저건 얼마고 시시콜콜히 얘기 해야 한다는 것이 싫다.

    의사가 아닌 사람들은 의사들이 새벽에 내린 이슬만 먹어도
    천년만년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지
    무슨 수술에 대해서 얼마를 얘기 하더라도 나오는 반응은 똑같다.

    " 왜 이렇게 비싸요? "

    " 보험적용이 된거예요? "

    허구헌날 남의 똥꼬나 쳐다보고 
    얼굴에 확 덮쳐오는 똥냄새를 맡아야만 하는 직업이라서
    그 인격까지도 똥간 레벨 정도로 생각하는지
    뭔 말을 해도 비싸댄다.

    ' 내 똥꼬나 쳐다보는 주제에 뭔 돈을 요구하는거냐? '



    외과가 보험적용이 안되는 수술이 뭐가 있냐?
    마치 모든걸 내 맘대로 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나라에서 ' 이만큼만 받아라' 한 금액 이외에 
    더 받을 수도, 덜 받을 수도 없다.

    덜 받을 수는 있는 것 아니냐구?

    ' 환자 유인 행위 '에 걸려서 페널티를 먹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M/64, 의료급여 1종
    anal fistula(치루) 환자.

    외래에서 하는 항문경 검사, 수술전 검사를 다 해봤자
    본인 부담금은 1000원 이다.
    그래서 급여1종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검사를 하자고 하기가 쉽다.
    단, 비급여 항목은 제외다. 



    " 수술 하셔야 돼요. "

    " 수술비는 얼마나 든다요? "

    " ( ' 에효, 또 그 소리... ' ) 전부 다 해서 25만원 이쪽저쪽 나오실 거예요. "

    " 에? 뭐시 이렇게 비싸? 보험이 되는거요? "

    " 예, 물론이죠. "

    " 보험이 되는데도 그렇게 비싸당가요? 
    나 급여 환자인디... 1종이요, 1종... "

    " 척추마취도 하고, 
    수술도 하고, 
    수액에 약도 들어가고,
    무통주사도 있고,
    항문 초음파도 해야 하고,
    1박 2일 입원하느라 당직자도 병원에서 밤새 근무해야 하고,
    좌욕기에, 
    치핵방석에,
    바르는 진통제도 드리고,
    퇴원하실때 먹는 약도 드리는데
    25만원이 비싸요? "

    " 비싸지... 나는 의료수급자인디... "

    " ... ( ' 그게 자랑이냐? ' )... "

    " 25만원은 너무 비쌍께 원장님이 20만원만 받으쇼. "

    헐...

    " 이게 지금 무슨 시장통에서 콩나물 사는거예요? 
    나라에서 정해주는 대로 받는거라구요. 
    저희 마음대로 받는게 아니라구요. "

    " 그려도 너무 비싸지잉... 20만원에 합시다. 20만원에... "

    " 내가 왜요? "

    " 에? "

    " 내가 왜 환자분한테 그렇게 해줘야 하냐구요? "

    " 아따, 원장님은 많이 버시니께 그 정도 해 줄 수도 있는거 아뇨? "

    " 나, 참... 제가 많이 벌지도 못하지만 설령 많이 번다고 해도 환자분께 제가 왜 그래야 하는건데요? "

    순간 환자의 얼굴이 굳어진다.

    " 의사가 돈 없는 환자를 위해서 그 정도는 해 줄수도 있는거지, 사람이 야박허게 말여... 내가 급여 1종이여, 급여 1종 !! "

    " 환자에게 돈을 더 받는 것도 안되는 일이지만 
    돈을 덜 받아도 환자 유인행위라고 해서 위법이라구요. 
    그런거 걸리면 제가 벌금이나 영업정지를 당한다구요, 
    제가 왜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환자분 편의를 봐줘야 하냐구요? 
    제가 환자분께 뭐 빚진거 있어요? "

    " 내가 딴데다가 그런 말을 안하면 되제... "

    " 되긴 뭐가 되요, 뭐 우리가 한두번 당해본 줄 알아요?
    깎아주면 나중에 그걸 꼬투리 삼아서
    신고 안할테니 돈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

    " 아따, 사람을 뭘로 보고... "

    " 뭘로 보긴 뭘로 봐요? 
    깎아달라고 어거지 쓰는 사람으로 보죠.
    어쨋든 못깎아드리니까 수술 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

    " 어거지? 말 다한거여, 시방? "

    " 나... 참... 아저씨 의료보험료 내요? "

    " 안 내지, 급여 1종잉께... "

    " 세금은 내요? "

    " ......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아저씨가 세금이나 보험료 한푼 안내고도, 
    이렇게 병원에 가서 천원만 내고
    모든 검사를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아저씨 몫의 세금과 보험료를 
    다 내주기 때문이라구요,
    이미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런 은혜를 받고 있으면서
    거기다 더해서 뭘 깎아달라는 말을 어떻게 하세요?
    급여 1종은 아저씨의 권리가 아니라구요, 
    타인들의 배려라구욧. "

    " 아따, 됐어, 수술 안혀. 안혀, 뭐 병원이 여그밖에 없어? "

    " 잘 생각하셨어요. 안녕히 가세요. "

    한동안 째려보더니 나갔다.



    급여 1종 환자만 그럴 것 같나?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다.


    ▶2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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