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6.23 05:21최종 업데이트 17.06.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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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고비 3번 넘기고 부활하다

난소암 바이오마커 CA-125 항체

[칼럼]한국아브노바연구소 배진건 소장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항원(抗原, antigen)'은 체내 면역 반응을 통해 항체(抗體, antibody)를 만드는 물질로서 일반적으로 생명체내에서 이(異)물질로 간주된다.

체내 정상세포가 변형돼 만들어진 암세포가 발현하는 이물질 단백질 '암 항원(Cancer antigen)'은 호스트(host)가 자기 방어를 위해 면역 정찰(immune surveillance)을 통해 수시로 제거한다. 난소암 세포가 생성하는 단백질 'CA-125'는 난소암 치료에 대한 바이오마커(biomarker)로 이용되는데, 혈액에서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리고 CA-125에 대한 항체는 항체생산세포인 B세포의 표면에 있는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 Ig)이며, B세포에서 항원수용체의 기능을 담당한다.
 

사진: 항체의 구조와 항원의 모식도(출처: 메드아트, 네이버 건강백과)


오레고보맙(Oregovomab)이란 이름이 붙여진 단일항체(Monoclonal antibody) 'Mab-B43.13'은 CA-125를 항원으로 해 만들어진 항체다.

바이오마커에 대한 항체로 간주돼 사람들이 '이런 항체가 무슨 치료 효과가 있겠나?'라고 생각하며 무시할 정도였다. 오레고보맙은 이미 치료용 항체로 임상을 3번이나 했고, 단일요법(monotherapy)으로 임상 3상을 시도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당시 결과는 실패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치료용 항체는 허셉틴처럼 리간드(ligand) 수용체를 타겟으로 하기에 높은 용량을 투여해야 치료 효과를 본다.

그러나 지난 3일 미국암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포스터(#358)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이번에 발표된 오레고보맙 임상2상은 특이하게도 쥐의 CA-125에 효과적으로 붙는 항체를 이용해 치료용 요법으로 투여하기 보다 백신 접종과 비슷한 스케줄로 적은 용량을 투여했다. 따라서 치료용 항체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해당 임상시험에서는 현재 난소암의 표준 약물인 카보플라틴(carboplatin)과 파클리탁셀(paclitaxel)을 투여한 그룹과 여기에 오레고보맙(Oregovomab)을 병용해 치료한 그룹을 비교했다.

그 결과, CA-125에 결합한 오레고보맙이 수지상세포(Dandric Cell)에서 T cell을 활성화 시켰고, 오레고보맙을 병용 치료한 그룹의 전체 생존기간(Overall Survival)이 놀랍게도 거의 100%까지 증가했다.

난소암의 최전선(front line)으로 지금까지 여러 임상을 통해 980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투여한 이 항체는 이상 반응이 거의 보고되지 않아 안전성이 높은 약물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시장은 면역항암제 개발에 온 관심이 쏠려있다. 더 자세히 말하면 면역관문억제제(ICI, Immune check point inhibitor)에만 관심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무려 1천 개에 달하는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면역세포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이 방법은 브레이크를 풀어 자동차가 달리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면역 세포를 증가시켜 자동차가 달리도록 하는 다른 면역요법도 있다. 오레고보맙처럼 암세포의 면역관용(immune tolerance)을 유발하는 바이오마커 단백질을 차단해 다시 T cell이나 NK cell이 정상적으로 암세포를 죽이게 하는 시도가 앞으로 뒤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암 환자들에게 많이 사용하는 세포독성 항암제나 표적 항암제와는 달리, 오레고보맙(Oregovomab)이나 PD-1 항체와 같이 면역 환경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면역 치료 방법은 암이 근본으로 치유되게 하는 것이 특징이기에 재발 가능성이 상당히 낮고, 그 결과 암의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최고의 암 치료제는 최첨단 표적항암제보다 자기 몸 속의 면역세포일 것이다.

죽을 고비를 3번씩 넘기고 부활한 이 항체를 개발하는 업체가 만약 한국에 존재하는 바이오테크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실패한 3상이라도 진행이 됐을까? 세 번 주인이 바뀌어 원(元) 발명자에게 돌아와 새로운 임상 진행이 가능했을까?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번의 실패도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우리의 문화가 좋은 것일까? 우리의 벤처캐피탈(VC)이나 투자자들에게도 신약 개발 투자에 있어 얼마를 기다려야 하고 언제가 진정한 출구(exit)가 될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케이스(cas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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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식 기자 (colum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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