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10.19 06:10최종 업데이트 17.10.1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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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AI 정책결정, 전문가 참여해야

[칼럼] 하버드의대 영상의학과 도신호 교수

타이완에서 만난 의사 출신 두 관료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My life in Boston

보스턴은 벌써 가을 색깔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보스턴을 중심으로 한 뉴잉글랜드 지방의 가을 단풍은 미국에서도 아주 유명하고 많은 분들이 찾는 곳입니다. 가을 비가 내린 후에 따뜻하던 바람이 시원한 바람으로 바뀌어 불기 시작하면, 단풍이 예쁜 색깔과 특이한 향기를 품어내기 시작하면서 여름과는 전혀 다른 경치를 만들어 냅니다. 그 이후의 길고 힘든 겨울을 잠시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최근에 다녀온 타이완이 기억납니다. 그곳은 습도가 아주 높고 기온도 높아 양복을 입고 출장을 간 저에겐 힘든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경험하고 만난 분들로 지금도 가슴이 시원합니다. 'WCIT 2017(World Congress on Information Technology 2017)'이라는 모임에 초청을 받아 처음 타이페이에 발을 딛은 건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이었습니다. 새로운 도시로 출장을 갈 때마다 새벽의 모습은 늘 그곳에서 일어날 일들과 만남을 기대하는 설레임을 갖게 합니다.

그런데 보스턴에서 시카고를 경유해서 공항에 도착한 후 타이페이 시내로 가는 택시 안에서 싸이클을 타는 한 여자 분을 보았습니다. 새벽에 싸이클을 타는 곳은 안전한 곳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 분은 사이클복과 안전모, 신발, 그리고 날렵한 모양의 선글라스도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새벽인데… 낮에는 너무 더워 싸이클을 즐길 수 없을 뿐 아니라, 수많은 작은 스쿠터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싸이클을 찾아 보기 힘듭니다. 그 새벽에 본 싸이클이 타이완에서 머무르는 동안 유일하게 본 사이클 이었습니다.
 
학회가 시작 되고 여러 미팅에 참석할수록 이곳은 한국의 국제학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라는 걸 느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고, 영어도 아주 잘 구사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분들도 알아 듣는데 비교적 문제가 없었고, 표현하고 싶은 것도 부담없이 표현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미국에서 17년이나 산 저도 여전히 영어는 부담스럽고, 늘 부끄러운 부분인데 말입니다. 또 한국에서 중국어 강사를 한 적이 있다는 한 젊은 청년은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는 물론 저에게 한국어로 부담없이 자기를 소개하고, 한국에서 어떻게 지냈는지도 재미있게 얘기할 정도였습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서로 소개해주는 걸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미국에서 저를 초청한 분만 안 채 타이완에 도착했는데, 아서(Authur)라는 그의 부하직원이 저에게 아주 많은 분들을 소개시켜 주고, 쉽게 다가가 대화를 시작할 기회를 만들어줬습니다. '혹시 그가 사교성이 좋아서 그런게 아닌가' 하고 잘 살펴봤는데, 그가 소개한 다른 여성도 자기가 소속된 연구실을 저에게 자세히 잘 설명해 주며 미국에 돌아온 후에도 지속적으로 타이완의 연구자와 저를 연결해 주기 위해 애썼습니다.

사실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늘 어색하지만, 이런 중요한 미팅에서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저에게도 매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주머니 한가득 명함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중국의 현대화에 미국의 화교들이 큰 역할을 했고, 지금도 중요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은 이분들이 미리 학회 준비를 잘 했던 것입니다. 제가 이 학회 참석을 결정한 이후에 이들은 제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자세하게 물었고, 타이페이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국가 연구소들도 방문 할 수 있는 일정을 만들어줬습니다. 거기서 발표도 하고 질문을 받으며 저는 그곳의 연구 방향과 관심사를 파악할 기회를 얻었고, 물론 그들에게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연구들을 바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그리고 국립대학을 방문해 만난 교수님은 제가 전부터 잘 아는 분들과 학문적으로 왕래하는 사이라 쉽게 여러 가지 연구와 관련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기대치 않은 좋은 만남은 피곤한 여행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감격에 피로를 잊게해 줍니다.
 
 
My two cents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 할 때 각각의 성향과 관심사를 잘 이해해서 준비하면 좋은 만남을 주선할 수 있습니다. 저를 도와줬던 아서(Arthur)는 체구가 작은 남자였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일처리가 확실한지, 그 학회의 모든 일정을 잘 알고 있었고 누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훤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새로운 분을 만나기 전에 그분에 대해서 물어 보고, 그분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미리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타이완에서 만난 많은 분들과 보스턴으로 돌아와서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그중에 두 분을 소개하면, 한 분은 지방의 작은 곳에서 헬스케어와 관련된 일을 하는 공무원입니다. 이분은 저와 같은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의사였는데, 처음 나타날 때부터 아주 겸손하고 점잖아 미국에서 만난 성격 좋은 중국 아저씨 같았습니다. 외국에서 온 다른 패널들에게 자기를 쉽게 부를 수 있게 허락했고, 존칭도 생략 하라고 했습니다. 이분은 저에게 관심을 보이며 제가 어떤 질문을 할지에 대해서 먼저 물어 보았고, 실제 토론에서도 제 질문에  잘 답변 해 주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도신호 교수, 대만 보건복지부 차관(Dr. Ho Chi Kung, MD)

그는 바로 최근에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승진해 타이페이로 입성한 호치컹 박사(Dr. Ho Chi Kung, MD)였습니다. 모든 질문에 아주 담백하게 공무원같은 답변을 했지만,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너무 자연스럽고 부드러웠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실제 미국 의료의 문제점과 상황을 너무 잘 파악하고 있었고, 타이완의 장점과 문제점도 꿰뚫고 있는 진짜 전문가였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아서 첸(Arthur Chen), 타이페이 시장(Dr. Ko Wen-je, MD.), 도신호 교수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타이페이의 시장인 '고웬제 박사(Dr. Ko Wen-je, MD)'였는데, 멀리서 이 분을 보고서는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아주 중요한 국가적인 행사, 특히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행사인데도 복장이 매일 입는 평상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한 아서(Arthur)에게 물어 보았더니 웃으면서 하는 말이 그분은 늘 저렇게 옷을 입는다고 합니다. 

이분도 본래 의사로, 타이페이에서 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당에도 소속 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하고 있고, 아주 실천적인(Practical) 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고, 앞으로 타이완의 중요한 자리까지 오를 걸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행사장 가장 앞쪽에 마련된 본인의 자리를 떠나 행사를 돕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분의 정치적 성향이나 철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잠시 방문한 외국인으로서 바라본 첫 인상은 아주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한국의 높은 분들을 만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우리 나라는 의사라는 직업이 가장 좋은 직업군에 속하기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서 하는 공부량과, 의사로서 환자를 친절하게 대하고 꼼꼼하게 문제를 찾아내며, 힘들고 바쁜가운데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역량을 다른 분야에서 찾아간다면, 의사로서 받는 연봉이나 안정됨보다 훨씬 값지고 의미있는 일들을 찾고 즐기며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분에서 15분으로 환자를 돕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좋은 시도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가의 보건 정책도 좋은 의도에서 계획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힘들고 괴롭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자리들이 있고 그 자리에서 내린 결정이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건 중요한 사실입니다. 
 
지금 일 년에 몇 명의 환자를 돕고 있습니까? Dr. Ho와 Dr. Ko는 몇 명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자리에서 그들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중요한 결정이 아주 조금 잘못 됐을 뿐인데, 지금 나타난 미국의 마약성 진통제 남용(Opioid overdose)은 엄청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약 성분의 약을 조금 쉽게 처방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이 문제를 파악하고 새롭게 정책들을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인공지능(Healthcare AI)도 아주 조심스럽게 전문가들이 정책결정에 참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작은 실수가 큰 낭패를 야기하지 않도록 많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칼럼 # 도신호 # 헬스케어 AI # 전문가 정책참여

윤영식 기자 (colum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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