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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Ubung macht den Meister(연습이 대가를 만든다) #1.

    외과 1년차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기다릴 시간에 계단으로 뛰엇!"

    기사입력시간 19.06.28 14:00 | 최종 업데이트 19.07.05 14:52


    Ubung macht den Meister #1.

    최근 신문에서 외과 레지던트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방향을 모색한다는 기사를 봤다.

    확실히 내가 레지던트를 할 때와는 수련 방법이 많이 달라졌더라.

    자... 이제부터 꼰대 얘기 좀 하자.

    우리때...?
    필름 X-ray, 필름 CT, 필름 USG...
    암환자의 경우 많은 필름을 종류별로 한 봉투에 넣은 다음
    그 봉투를 다시 큰 봉투에 넣었었다.



    지금은 서울성모병원이 된 예전 강남성모병원...
    우리는 그 병원을 동북아에서 가장 빡센 병원이라고 불렀다. (다른 병원이 어쩐지 모르니 우리는 그냥 그렇게 불렀다고... 토달지마라...)
    (여담이지만...그럼 동북아에서 가장 편한 병원은 어디게...?
    청량리 성바오로병원... 천국이지...암, 그렇고 말고...)



    아침마다 7시부터 있는 의국 컨퍼런스(아침 회의).
    그때는 파트별로 나눠서 컨퍼런스를 하지 않아서 
    모든 교수님, 모든 레지던트, 모든 인턴, 모든 PK(실습학생)가
    한 회의실에 모여 
    그날의 신환, 수술환자, 입원환자의 검사소견 등에 대해 보고를 받은 후 
    의학저널리뷰, 학생 발표 등을 들었다.

    말이 좋아서 회의지 대부분은 레지던트(특히나 1년차) 박살내기가 주된 내용이라서(그때 내 생각엔 교수님들이 스트레스를 레지던트한테 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X-ray, CT 등 필름을 건다.

    " 어제 입원한 신환입니다. 
    내원 3개월 전부터 발생한 stool caliber change(변이 가늘어짐), anal bleeding(항문출혈), tenesmus(잔변감)를 주소로 내원한 72세 남자환자입니다.
    과거력상 특이소견 없으나 현재 Hypertension(고혈압)으로 medication(약물치료) 중입니다.
    Physical Exam.(이학적 검사) 상 anal verge(항문연) 7cm 상방에서 Ulcerofungating mass(궤양을 동반한 융기성 종괴) 소견보여
    외래에서 시행한 colonofibroscopy(대장내시경) 상 약 4 cm sized mass 소견보입니다.
    abdominopelvic(복부골반) CT 상에서는 CT staging T3N1M0가 의심되는 상황이며 
    preop. study(수술전 검사) 후 내일 Op.(수술) 예정입니다. "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교수님(주로 담당 교수님이 아닌 담당교수님보다 시니어 교수님...)이 
    툭 던진다.

    " 짚어봐. "

    " 에... 여...여기... "

    대개 3x4, 총 12개의 작은 사진이 한 장의 CT 필름에 모두 들어있어 어리버리 쭉 훑어 내려가다가 의심되는 사진의 의심되는 부위를 손가락으로 짚는다.

    " 확실해? "

    " 아... 그게... "

    (어짜피 잘 볼 줄 모르는 거 가까이 들여다본다고 뭐 알게 되겠냐만...) 필름을 걸어둔 view box
    (아 왜 그런거 많이 봤잖아, 드라마에서 꼭 가슴 X-ray를 좌우 바꿔서 걸어 놓고 의사들끼리 심각하게 표정짓는 그런 장면에 나오는 하얀색 형광등 박스...)에 얼굴을 들이댄다.

    " 미리 미리 필름 안보지? "

    " 죄송합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수님이 뒤쪽에 도열해 서 있는 3년차나 이젠 짬밥이 좀 되어서 교수님 뒤쪽에 앉아있는 4년차를 돌아보며 말한다.
    (2년차는 어디있냐구? 버얼~~써 수술방 들어가 있지... 수술 준비하러...)

    " 야, 니네 1년차 필름 안봐주냐? 미리미리 전날 밤에 봐주라고 했어 안했어? "

    3,4년차 : " ...... "

    1년차 : ' 에구... 난 죽었다... '

    꼭 싫은 소리 한번 해야 넘어가는 교수님이 말씀을 마치고
    담당 교수님이 말씀하신다.

    " 아, 그 환자 anticoagulant(혈액응고 억제제) 먹는거 있어? "

    " 없습니다. "

    " 응, 그럼 오늘 EchoCG(심초음파)하고 PFT(폐기능 검사)하고
    Cardiology(심장내과)랑 마취과 consult(협의진료)보고 내일 Op. 잡아. "

    " 예...... ㅠㅠ "
    (왜 'ㅠㅠ' 인 지 아는 분들.... 사랑합니다... 크흑...)

    사실 그 당시 외과 1년차의 주된 업무는 '스케쥴잡기'...
    (에걔...? 죽는다...!)




    우리과만 스케쥴 잡냐?
    이 환자만 스케쥴 잡냐?
    내가 맡은 교수님이 이 교수님 뿐이겠냐?

    예를 한번 들어볼까?
    한때 내가 모시던 교수님은 다섯 분.
    내가 맡은 병동 입원환자는 50여명.
    한 교수님 당 2명의 환자를 
    하루에 2개씩 스케쥴을 잡는다고 할 경우
    하루 20개의 스케쥴.
    그 사이 걸려오는 병동, 중환자실, 응급실 삐삐(많은 날은 하루 200건이 넘는다)

    그럼 스케쥴 잡기는 쉬운가?
    오더만 낸다고 스케쥴이 잡히는 것이 아니다.
    알랑방귀 뿡뿡 뀌어가면서 검사실마다 읍소하고 다녀야되는 일이란 말이다.
    가운을 펄럭이며 다니는 외과의사?
    적어도 1년차에겐 남의 나라 말이다.

    이건 전쟁이다. 내일 수술 전까지 다 마쳐야하는 숙제다.



    심장초음파실(에코방) 담당 간호사는 외과 1년차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다.

    " 안녕하세요오~~~ "

    허리를 구부려 최대한 공손하고 비굴한 포즈로 에코방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 안돼요. "

    (썅... 아직 말도 안꺼냈는데...)

    " 아이구... 좀 부탁드릴게요, 내일 당장 수술해야 하는 환자예요. "

    " 그건 선생님 사정이구요. "

    "... (' 말 존나 싸가지 없게 하네...')... "

    " 우리 스케쥴 많은거 안보이세요? "

    " 예, 죄송해요... 한번만 봐주세요. 저 이거 오늘 못잡으면 교수님한테 맞아 죽어요. "

    " 맨날 그러시잖아요, 맨날... "

    " 오늘 한번만, 아... 진짜 오늘 한번만... 제발요..."

    " 안돼요, 글쎄."

    "...('단호한 뇬...')..."

    " 예, 알겠습니다. "

    일단 후퇴.
    다른 스케쥴부터 잡으러 간다.
    두어시간 후...

    아이스크림 한 통(비쌀수록 효과가 좋다. '하겐다즈'면 짱이다)을 사들고 다시 빼~~꼼...
    간호사가 피식 웃는다.

    " 아유, 알았어요, 알았어... 화이트보드에 적어놓고 가세요. "

    " 캄사합니닷!!! "

    내가 1년차 하면서 산 아이스크림통을 일렬로 세우면 서울성모 높이가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고군분투를 하고 다니는 중간에도 삐삐는 쉴새없이 울려댄다.

    " 아... 씨... 제발 담배 한대만 좀 피자고..."

    응급실 콜...




    외과 1년차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시간에 계단으로 뛰엇 !! "
    불문율이다.

    당시 강남성모 응급실은 야전병원이었다. 
    응급의학과가 있었지만 아직 생긴지 얼마안되는지라 완전히 체계가 잡혀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강남성모는 병동뿐 아니라 수술실도 포화상태였다.
    아뻬?
    명함도 못내민다.

    응급실로 내원한 아뻬 정도는 1년차에게 결정권이 있었다.

    " 저희 병원이 수술스케쥴이 꽉 차서 언제 수술을 들어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요. 제가 근처 병원 소개시켜드릴테니 그리로 가시면 어때요? "

    환자와 보호자가 GRGR 하지만 별 수 없다.



    하루는 abdominal stab wound(복부 자상 : 칼에 찔림) 환자가 응급실로 왔다. 
    Vital sign(활력징후)은 안정되었으나 Chest PA에서 subphrenic free air (횡경막하 공기)가 뜬다. 양이 좀 많다.
    주니어 스텝 콜.

    " 응, 스케쥴 잡어. "

    ' 존나 간단하게도 말하네...씨... '

    마취과 스케쥴 담당 주니어 스텝을 찾아갔다.
    마취신청서를 들고 마취과의국으로 들어오는 나를 보자마자
    욕을 하기 시작한다.

    " 야, 이 개XX야, 뭔 씨X 좆같은 스케쥴을 쳐들고 들어오냐? "

    " 죄송합니다. 선생님. stab wound 인데요. "

    " 없어, 방 없어. 이 개XX야, 할거면 니네 방 수술 빼고 해 이 새끼야. "

    (과장된거 같죠? 절대 아니예요. 이보다 심하게 욕하면 했지 절대로 덜하지 않아요.)
    이가 갈리지만 그 앞에서는 절대 반항하지 못한다.
    스케쥴 잡아줄때까지 읍소해야 한다.

    어찌어찌 스케쥴 잡고 permission(수술동의서) 받고 환자를 들이민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환자실 콜.

    " 선생님, dressing(상처소독) 안하세요? "

    병동 콜.

    " 선생님, OOO 환자 보호자가 면담 좀 하자는데요. "
    " 선생님, subclavian(쇄골하 중심정맥 삽관)은 언제 하실거예요? "
    " 선생님, 내일 오더 없어요. "
    " 선생님, XXX 환자가 Foley(도뇨관 : 소변줄) 잡아뺐어요. "
    " 선생님, OOO 환자 consult결과 나왔는데 Brain MRI 찍어보재요. "
    " 선생님, 외래에서 입원환자 올라왔어요. "
    " 선생님, XXX 환자 보호자가 바쁘시다고 지금 permission 받으면 안되냐고 하시는데요. "
    " 선생님, 오늘 수술환자 방금 올라왔는데 JP drain(배액관) 색깔이 좀 빨개요. "
    " 선생님, 수술환자 올라왔는데 2년차 선생님이 postop. order(수술 후 오더) 안내셨어요. "
    " 선생님, ... "
    " 선생님, ... "
    " 선생님, ... "



    끝이 없다.

    이 와중에 외래 콜...

    ' 엥? 웬 외래...'

    " 선생님, 교수님이 외래에 좀 내려오셔서 finger enema(수지관장 : 손가락으로 똥 빼내기) 좀 하시래요..."



    이런, 썅...



    전쟁같은 하루가 지난다.


    ▶2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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