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5.26 06:59최종 업데이트 20.05.2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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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 승병이 사라지지 않으려면…코로나19 극복에 헌신한 의사들에 적절한 보상과 예우를

[칼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전라남도의사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현재 진행형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 가운데, 우리나라 방역과 이를 통한 국민의 안전은 어디에 있고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를 한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시대, 과연 누가 누구를 보호하며 사는 것일까? 일부의 주장대로 민간의료기관이 과연 코로나19에서 역할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하루가 다르게 초췌한 모습을 보이면서 수면 시간이 걱정될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같은 의료인 출신 공직자도 있다. 하지만 공공의료가 비교적 체계적으로 잘 이뤄졌다는 유럽국가들에 비해 공공의료체계와 민간의료체계와의 구분이 상대적으로 확실치 않은 우리나라가 코로나19의 모범적 대응을 이끌어낸 것이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거나 평소에 큰 도움을 받았던 집단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대구광역시의사회 이성구 회장은 대구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자 동료 의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저도, 의사 동료 여러분도 일반 시민과 똑같이 두렵고 불안하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그러나 대구는 우리의 사랑하는 부모 형제 자녀가 매일 매일을 살아내는 삶의 터전입니다. 그 터전이 엄청난 의료재난 사태를 맞았습니다. 이 위기에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들을 구합시다. 우리 대구를 구합시다."

이 회장은 자신의 희생을 시작으로 대구 지역을 지켜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의 진심을 담은 호소에 전국 수많은 의사들이 대구 지역으로 이동했다. 대부분 자신의 생계는 뒷전으로 하고 위기에 처한 대구·경북 지역의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헌신했다. 

우리 사회는 공공의료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일선에서 활동하는 의료인들은 우리 나라의 의료체제가 공공의료는 아니지만 공공의료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의료 분야 관련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규제로 인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어느 정도의 규제나 간섭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공공재가 아닌 것을 공공재인 것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지해야 한다. 의료인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바람이다. 

필자를 포함한 의사들 모두는 부모의 도움이나 자신의 힘으로 의과대학 교육을 이수했으며, 다른 분야에 비해 비싼 학비, 긴 교육기간, 구하기 힘든 고가의 서적들에 해당하는 비용을 기꺼이 감수했다. 의과대학 입학 때부터 전문의가 되기까지 국가에서 어떤 혜택을 받았을까?

언젠가 학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뉴욕 시내의 다양한 번호판에 대해 가이드에게 들은 설명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런 형태의 번호판(아마도 색깔도 특징적 약자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은 의사들의 차량이라 필요시에 우선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 전 인기드라마에서 의사가 택시기사에게 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빨리 병원을 가자고 하면서,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으로 인한 범칙금은 다 본인이 부담하겠다는 장면을 보면서 과거 뉴욕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최근 모 지방자치단체는 의사들의 다중시설 이용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 의사들의 분노가 아닌 자괴감을 유발하게 했다. 의사 자녀들이 어린이집에서 기피 대상이라는 말은 너무 많은 곳에서 들어서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반면 프랑스는 의사들을 위한 대형마트의 쇼핑시간을 따로 만들어 사회가 그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공로를 존중한다는 선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과 너무 대조를 이룬다.  

임진왜란 당시 최초의 의병장 홍의장군 곽재우는 큰 공을 세워 전쟁 당시 벼슬을 받았지만 곧 낙향해 고향에 은거하게 된다. 당시 조정과의 불화로 인한 내용이며, 이후에 전해지는 자세한 이유로는 경상도 관찰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비롯됐다고 한다. 더불어 한양수복에 큰 공을 세운 서산대사 휴정 또한 전쟁이후 모든 직책을 버리고 묘향산에서 조용히 수도하며 열반에 이르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다. 제국주의 일본의 2차세계대전에서의 패배로 인해 갑작스럽게 민주주의 체제가 이뤄진 국가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만큼 구성원들간에 아직까지 많은 갈등과 발전을 위한 진통을 계속 지니고 발전하는 국가라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는 구성원에게는 정당한 보상과 대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의 더 큰 발전을 기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구·경북 지역의 대다수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재난구호자금 지원이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의료인 특히 의사들을 공공을 위한 소중한 재원으로 생각한다면 조선시대의 의병, 승병처럼 어려움의 해결 이후 그 자취를 감춰버리는 역사적 아쉬움을 되풀이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의료환경의 어려움을 조속히 파악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만 의사들도 국가의 위기 앞에 언제나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의 의병이나 승병처럼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설 강한 각오를 다지게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대한민국 13만 의사들은 하나가 되어 국가적 위기 극복에 힘을 합쳤다. 정부도 의료인들의 이러한 헌신과 봉사를 기억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및 예우를 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의료인들의 헌신을 국가와 국민이 기억해 주고 고마워 한다면, 추후에 생길 감염병 확산과 같은 국가적 재난사태에서 의료인들은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기꺼이 일어서지 않겠는가?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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