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5.01 13:00최종 업데이트 20.05.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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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2배·인건비 4배 올랐는데…의료급여 혈액투석 수가는 20년째 그대로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98화. 20년째 고정된 혈액투석 정액수가 '합헌' 판결 

사람의 장기 중 신장은 피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능을 한다. 이 신장이 망가지면 신장을 이식받거나 신장의 기능을 대체해야 한다. 신장의 기능을 기계로 대신하는 것이 ‘투석’이다. 그러므로 투석은 신장이 망가진 환자는 이식을 받기 전까지 평생 해야 하는 의료 행위다. 

투석은 노인이 늘어날수록 함께 증가하는 가장 대표적인 의료행위다. 그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 환자가 평생 받아야 한다는 점, 또한 극빈층 환자가 많다는 점 때문에 정부는 이 투석의 비용을 정액으로 고정시켜 관리한다.

그런데 이 투석 비용을 두고 대한신장학회, 대한투석협회가 헌법 소원을 냈다. 이유는 이 정액 투석 비용이 원가의 80%에도 달하지 못하고, 정액제를 시행한 2001년 이래 무려 20년째 14만 6120원으로 고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 20년 동안 대한민국의 물가는 160% 상승했고, 최저시급은 400% 상승했다. 하지만 이 모든 물가와 인건비를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의료 수가는 1원도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학회의 헌법 소원 청구를 기각했다. 원가의 80%에 달하지 못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소비자의 편익과 한정된 재원의 효용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어떤 분야든 비용을 원가보다 낮춰서 강제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양심을 버리고 꼼수를 쓰거나, 수준을 낮추거나, 아니면 그만 두는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관들께 이것들 외에 다른 신박한 묘수가 있는지 묻고 싶다.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물가 상승비용, 원가 상승비용, 인건비 상승비용만큼의 보장만이라도 해달라는 게 과연 무리한 주장일까.

공급자에게 원가 이하의 비용을 강제하는 나라의 의료는 모두 망했다. 그리고 의료가 무너지면 피해를 보는 건 국민들이다. 그 때가 되면 책임을 떠넘길 의료진조차 남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도 그들처럼 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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