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2.31 11:21최종 업데이트 22.12.3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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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 돼지실험하고 근거 논문 제시...'녹는 실'의 남다른 철학 엔파인더스 이경준 대표

[헬스케어 CEO 인터뷰] 프리미엄 실 제품 품질은 논문과 교과서로 승부...의사 전문가들과 함께 해외 진출

엔파인더스 이경준 대표는 녹는 실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돼지실험을 거쳐 논문과 교과서를 출판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실리프팅에 쓰이는 실이 ‘비싼 실’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미용성형 개원 시장에서 살아남고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회사가 있다. 바로 엔파인더스다.

실리프팅은 녹는 실을 피부 아래층에 넣어 처진 피부를 당겨서 올려주고 콜라겐 재생을 유도해 피부에 탄력을 주는 시술이다. 수술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국내 녹는 실 시장 규모는 약 200억원으로 알려져있다. 

엔파인더스 이경준 대표는 '녹는 실'이 대유행할 무렵 부작용은 줄이면서도 오래 지속하는 실을 만들었다. 빚까지 내가면서 돼지로 직접 녹는 실에 대한 실험을 하고 실제로 6개월, 1년 뒤 눈으로 효과를 확인했다. 이 같은 근거를 논문으로 출판하는 동시에 국·영문 녹는 실 교과서까지 만들었다. 엔파인더스는 앞으로 프리미엄 녹는 실 외에도 레이저로 제품 확장을 앞두고 있다. 

이경준 대표는 "엔파인더스 제품을 사용하는 의사들이 만족하고 이들과 함께 해외로 진출해보고자 한다"라며 "앞으로도 직원이 행복하고 사용자 의사가 행복한 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빚까지 내서 시작한 녹는 실 사업...실 세상이 열릴 것  

엔파인더스는 엔코그, 엔스캐폴드, 엔픽스 등 PDO(Polydioxanone, 폴리다이옥사논) 리프팅에 쓰이는 녹는 실을 만드는 회사다. 이 대표는 20년 전부터 녹는 실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감염으로 인한 부작용이 많은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부작용이 없는 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엔파인더스를 창업해 누구든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 제품을 만들고 시술 후 집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대표는 실 실험을 하기 위해 돼지를 구입해 의사 전문가들과 함께 직접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했다. 당시 실험을 끝내고 결과를 발표하던 2012년 세미나에는 의사 88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 결과는 교과서를 국문에 이어 영문판으로 녹는 실 교과서로도 출판했다.  

그가 맨 처음 녹는 실을 연구하게 된 이유는 '실 세상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IMF 때부터 고주파와 저주파 비만 시술장비와 레이저 등을 론칭하면서 시장을 만들어 나갔다. 특히 녹는 실은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수술을 두려워하는 일반인들에게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실 제품의 돼지실험을 할 때 조직을 하나하나 잘라서 일정 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정말 실이 녹았는지를 확인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이론적인 근거가 있어야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년간 빚을 지고 실험을 거쳐 실을 이용한 재생의학, 녹는 실의 근거를 보여줬다. 지방층의 위치를 정확히 보여주면서 실리프팅을 어떻게 시술하고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 교과서에 고스란히 소개했다"라며 "이를 토대로 만든 교과서는 국내판 2000부, 영문판이 1000부 정도 팔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회사 안에 별도의 가상 스튜디오를 열어서 해외까지 교육방송을 전달해 근거를 눈으로 보여주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엔파인더스의 녹는 실이 상대적으로 경쟁사 대비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엔파인더스는 품질로 돌파했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그만큼 비싼 실이라 하더라도 매니아층이 있다”라며 “가격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품질을 기반으로 브랜딩이나 마케팅으로 승부해야 한다. SCI급의 논문을 10개나 갖고 있는 실 회사는 세계적으로 엔파인더스밖에 없다”고 했다. 

녹는 실의 원조가 한국, 이제 전 세계로 수출 

그만큼 엔파인더스의 노력으로 녹는 실의 원조가 한국이라는 인식마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엔파인더스는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는 물론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헝가리, 불가리아,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유럽과 중동으로도 실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32억원이었는데 해외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미용성형 의사 입장에서도 1만여원의 실 구입비로 시술 효과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큼 경제적인 시술로 자리 잡았다. 다만 실리프팅은 필러, 보톡스처럼 1년 정도 주기로 반복적으로 시술하다 보니 처음부터 무리해서 당기는 것이 아니라 실을 적당히 넣어서 시술해야 한다. 

이 대표는 "실리프팅 시장이 순식간에 커졌지만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아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써본적이 없다. 피부에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감염관리부터 철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의사들의 녹는 실 사용 방법에 대해 “성형외과와 피부과 전문의, 미용성형 일반의 등이 주로 사용하는데 자신의 개성에 따라 공격적인 시술을 좋아하지 않는 의사들은 자연스럽게 하고, 또 공격적으로 세게 당겨서 시술하려는 의사들도 있기 마련이다”라며 “중요한 것은 100%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시도해보고 자신만의 기술력으로 정복을 한다면 나름의 경쟁력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원장들 입장에서 자신만의 테크닉을 만들어내는 데서 부가가치가 커진다. 나만의 무기나 나만의 테크닉이 필요하다”라며 “가격 덤핑이 아니라 자신만의 무기를 토대로 효과적인 시술법을 찾으면 좋다”라고 조언했다.

학술 마케팅을 축제의 장처럼...선상 세미나와 국제 학술 세미나 준비 
현재까지 출판한 국문과 영문 교과서는 10종 가까이에 이른다. 

엔파인더스는 연간 교육의 장을 많이 마련한다. 원장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제품 홍보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일시적인 유행과 100년이 가는 명품은 분명히 다르다. 명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안전성을 기반으로 효과를 검증하려면 수많은 논문을 써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물건이 판매되는 것, 그리고 그 자체로 고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행복하다”고 했다. 

엔파인더스는 주기적으로 실리프팅 전문가들과 함께 한강 선상세미나와 국제 학술 세미나도 마련한다. 외국 의사들을 포함해 등록하는 의사는 300달러에 달하는 강의료를 직접 내고 들어야 한다. 내년에는 베트남에서 국제 학술 세미나를 마련할 예정인데, 세계 각지에서 1000여명이 등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학회도 세미나처럼 즐겁게 진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한국에서 유사한 학회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학회가 국제학회로 발돋움하고, 단순한 컨퍼런스가 아니라 축제의 장처럼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엔파인더스의 우수한 제품을 토대로 한국 의사들이 해외에서 스타의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그래야 다음 세대의 젊은 의사들이 다시 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이들이 의료한류의 붐을 만들 수 있다”라며 "한국 의사들도 국제 무대에 서려면 내가 최고라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다른 나라 의사들을 받아들였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내년에 피부 초음파와 흉터치료 장비도 선보이는데, 관련 학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친다. 이 대표는 끝으로 “의사분들에게 엔파인더스와 인연을 맺어서 즐거웠던 회사로 각인되고 싶다”라며 “의사분들 역시 가격 경쟁력이 아닌 자신만의 고유한 경쟁력과 인문학적 철학을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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